울산 지역 중소기업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하며 24일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울산은 국내 대표 중공업 도시로 최근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상공인과 편의점주 단체들이 최근 '나를 잡아가라'며 최저임금 수용 거부에 나선 데 이어 중소기업계에서도 처음으로 불복종 선언이 터져 나온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불복종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납품 단가 깎이고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망하란 얘기"

울산 지역 300여 중소기업이 속한 울산중소기업협회는 지난 24일 정기이사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불복종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30명 중 23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한 참석자는 "최저임금 불복종은 당초 안건에 없었는데 회의 도중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에 맞지 않는 일방통행 정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결국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만장일치 통과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에는 울산 지역 제조업체와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2·3차 협력업체가 주로 속해 있다.

고원준(63·세기산업ENG 대표) 울산중소기업협회 회장은 "작년에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서 일감이 줄었다며 납품 단가 삭감을 요구해 간신히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로감독 나와서 벌금 맞고 문을 닫나 최저임금을 올리고 도산하나 망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울산에 와서 현지 경기가 어떤지 돌아보고 중소기업인 목소리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울산은 주력 업종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납품 일감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자재값마저 크게 올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소기업들의 반응이다. 제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현재 26개월째 고용도 줄고 있다. 고 회장은 "주변에 문 닫은 중소기업만 10곳 이상"이라며 "공장 문 닫고 텃밭에 농사를 짓는 중소기업인도 있다"고 했다. 협회는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과 함께 정부에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울산에는 6712곳의 중소 제조업체가 있다. 이번에 불복종을 선언한 울산중소기업협회 외에도 여러 중소기업 단체들이 있다. 고 회장은 "울산 지역의 다른 중소기업 단체에 공동 참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고 2주 안에 다시 이사회를 열어 향후 구체적인 행동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울산 시내에 협회 명의로 최저임금 인상 반대 현수막을 걸어 여론을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중기중앙회, 정부에 최저임금 이의 제기

국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26일 고용노동부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의 제기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고용부 장관이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면 최저임금위원회를 다시 열어 인상안을 재심의하게 된다.

중앙회 주요 간부들은 이달 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방문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하고 업종별 차등화 입법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