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휴가철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우리은행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위비핀테크랩'을 통해 올해 육성하기로 한 스타트업 '캐시멜로'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낸 회사다. P2P(개인 대 개인) 방식 환전 서비스다. 예컨대 환전하려는 사람과 그 사람이 여행 가는 지역의 현지 상점을 연결해, 현지에서 외화를 받는 형태로 환전 수수료를 시중 은행보다 더 낮추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캐시멜로는 현재 대만에서만 서비스하는데, 우리은행은 해외 지점과 캐시멜로를 연결해 이 서비스를 키우고 은행 고객도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은행 등 이른바 국내 '빅4' 금융회사들이 올해 50곳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한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3~4개월 정도 교육 과정을 거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 투자하거나 공동으로 사업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 효과도 기대한다.

올해 금융권 빅4가 선발한 스타트업 50곳의 핵심 키워드는 '확장성' '생활밀착형' '빅데이터' 3가지였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의 각종 금융 데이터를 활용하고,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신생기업을 찾아 나선 셈이다.

보험이 식품 분석까지 '확장'

신한금융은 올해 식품 분석·추천 관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2곳을 선발했다. '알리버2017'과 '트라이어스앤컴퍼니'라는 회사다. 둘 다 시중에 판매되는 각종 식품에 포함된 성분 정보를 모아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더 나아가 그 사람에게 잘 맞는 식품을 추천도 한다. 신한금융은 두 회사를 통해 계열사 신한생명이 건강 분야로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정선영 신한금융 부부장은 "금융권이 직접 식품 정보를 분석할 수는 없지만, 협업을 통해 보험사 고객들에게 건강에 관한 정보와 관련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펫닥'이란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앱을 통해 소비자와 수의사를 원격으로 연결해 간단한 반려동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한다. 반려동물을 직접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아가는 불편을 줄여주는 것이다. 생활밀착형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낙점을 받았다. KB금융이 선발한 '트립비토즈'와 '브링프라이스'는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각각 소비자가 원하는 호텔, 최적의 여행 일정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신한금융은 육아 정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베이비프렌즈'라는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 사례도 많아

빅데이터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도 대거 선발됐다. 올해 금융회사 4곳이 선발한 50곳 중 10곳이 빅데이터 관련 기업이었다. 금융권은 각종 결제 정보, 신용 정보, 대출 정보 등 숫자로 된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 우리은행이 선발한 '소프트런치'는 식당이나 공연장 등을 찾은 소비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다. 카드 결제 후 결제 메시지가 소비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오면, 이 메시지를 읽어서 그 사람이 실제 식당에 방문했는지 판단한다.

배진흥 소프트런치 대표는 "우리은행의 온라인 서비스와 소프트런치의 서비스를 결합해서 하나의 커다란 '리뷰(review·후기) 플랫폼'을 만드는 걸 준비 중인데, 서로의 고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선발한 '이팝콘'도 소비자의 결제 정보와 상점 정보를 결합해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부동산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빅밸류'란 기업과도 협업을 준비 중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대형 금융회사와 스타트업의 협업이 지속될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스타트업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생존하는 데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