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게임의 주요 수출지였던 중국에서 한국산 게임이 중국 정부로부터 신규 판호(판매허가)를 받지 못한 기간이 지난해 3월부터 약 17개월이 됐다. 올해 8월부터는 중국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미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접고, 북미나 일본, 동남아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우선 국내 게임 업체들의 북미 시장 공략이 눈에 띈다. 북미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북미 현지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면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게임시장의 매출규모는 약 130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중 중국이 약 34조원으로 1위, 미국이 33조원으로 2위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이 막히자 그 대안으로 북미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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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올해 들어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모바일게임을 선보였다. 넷마블은 올해 4월 모바일 어드벤처 역할수행게임(RPG) ‘해리포터: 호그와트의 비밀’을 출시했다. 해리포터 호그와트의 비밀은 넷마블이 2015년 인수한 북미 개발사 잼시티가 만든 게임으로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 게임은 출시 후 약 2달 동안 전세계에서 4000만달러(약 4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가별 매출에서는 미국이 47%로 1위다.

또 넷마블은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기록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게임 'BTS월드'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원탁의기사' 등 신작과 함께 북미 개발자회사들의 영향력으로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넥슨도 인기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메이플스토리M’을 올해 안으로 북미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메이플스토리M은 올해 1월 글로벌 시범 테스트를 마치고 현지화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가 북미 시장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모으자 넥슨은 지난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기도 했다.

컴투스도 북미 지역에서의 ‘서머너즈 워’ 성공을 신규 게임인 ‘스카이랜더스 링 오브 히어로즈’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스카이랜더스 링 오브 히어로즈는 액티비전의 콘솔 게임인 ‘스카이랜더스’의 IP를 활용해 컴투스가 개발 중인 모바일 RPG다. 스카이랜더스는 국내보다는 북미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더 높다.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왼쪽)와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국내 게임 업체들은 북미 지역 외에도 일본과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리니지2 레볼루션’, ‘세븐나이츠’로 지난해 일본 공략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더킹오브파이터즈', '일곱개의 대죄' 등 일본 유명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로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국 토종 IP지만 기획 단계부터 일본 시장을 고려해 개발된 ‘테리아사가’도 최근 일본에서 출시돼 게임 유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엔씨는 국내 매출 1위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의 글로벌 버전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개발팀을 따로 꾸렸으며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펄어비스는 모바일 MMORPG '검은사막 모바일'을 8월 29일 대만에 정식 출시하고 글로벌 공략을 시작한다. 데브시스터즈는 일본에 이어 지난 3일 두 번째 해외법인을 대만에 설립했다.
대만은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IP 인지도가 높은 시장으로 한국과 태국 다음으로 많은 게임 이용자를 확보한 곳이다.

국내 게임 업체들의 잇단 해외 진출로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 매출 기여도가 점차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판호 발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 업체는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 서구권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하반기는 해외 지역 매출 기여도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과 관련한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업체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이 막힌 상황에서 두번째로 시장이 큰 북미 지역이나 다른 지역에서 게임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라며 “다만, 각 나라의 문화가 달라 지역별 맞춤 전략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게임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