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반직원 검찰 고발 첫번째 사례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를 받는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굴삭기 부품의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부품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해당부품의 새로운 공급처가 될 업체에게 전달해 그 업체가 부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도록 했다”면서 제재 이유를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치와 형사고발은 공정위가 지난 9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이 당정협의를 통해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기계. 전자 등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이후 첫번째 제재 사례다. 또 공정위가 소관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을 형사고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기술자료 유용에 관여한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장급 2명, 차장급 1명, 과장급 2명을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공정위가 문제삼은 사례는 에어 컴프레셔와 냉각수 저장탱크 등 부품과 관련된 기술유용에 대한 사안이다.

에어 컴프레셔는 압축공기를 분출해 굴삭기나 작업자의 옷에 묻어 있는 흙, 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다. 굴삭기에 장착된 상태로 사용되는 주변 기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연간 3000대 가량의 에어 컴프레셔를 대당 50만원대 가격으로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로부터 납품 받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말쯤 에어 컴프레셔 남품 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고, 이노코퍼이션이 그 요구를 거부하자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을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인프라코어측으로부터 도면을 전달받은 업체는 2016년 7월부터 에어컴프레셔 납품을 시작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은 2017년 8월 이후 에어컴프레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제3의 업체로부터 에어 컴프레셔를 공급받은 가격은 이노코퍼레이션의 납품가격에 비해 모델별로는 많게는 역 10% 정도 낮아졌으며, 이로인해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술도면 유용을 통해 이득을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로부터 공급받은 굴삭기 부품 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의 제작 기술을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7월 코스모이엔지로부터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받자 이를 거절하고,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같은해 7월부터 11월까지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해 그 사업자들이 저장탱크를 공급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데 사용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도면을 전달받은 5개 사업자들과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부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사용한 행위로서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30개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총 382건의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자료 요청에 대한 서면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납품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기술자료 명칭·범위 △요구목적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비밀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방법 △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 7가지 사항이 기재된 서면을 발송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법 조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행위는 ‘매우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면서 “3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관여한 간부직원 및 담당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도급법 위반 정액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술유용으로 단 한차례만 고발되어도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기술유용 사건 2개를 연내에 추가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