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사업본부 2000여명에 대한 무급 휴직을 추진한다. 일감이 없어 다음 달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울산 해양플랜트 공장 직원들이 대상이다. 현대중공업이 무급 휴직에 나선 것은 1973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일 노조에 '2018 단체교섭 회사 제시안'을 수정해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이달 말 일감이 모두 소진되는 해양플랜트 유휴 인력에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것이다. 다른 직원들은 기본급 20%를 반납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 대상과 기간은 아직 특정하지 않았다"며 "무급 휴직은 대상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일단 노조에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원유·가스의 생산·시추 설비를 제작하는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본부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따낸 나스르 플랜트를 끝으로 44개월째 수주 실적이 없다. 이달 말 나스르 플랜트를 인도하고 나면 일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전날부터 전면 파업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조선 물량 일부를 해양플랜트 공장으로 배정하고, 해양플랜트 인력을 다른 작업장으로 전환 배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에서도 일감이 부족하다. 2016년(39억달러)과 지난해(47억달러) '수주절벽'이 극심해 현재도 880여명이 휴업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1600억원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238억원의 손실을 봤다. 해양플랜트 시장 상황이 좋아질지도 미지수다. 싱가포르·중국 업체 등이 그동안 국내 조선 3사의 독무대였던 해양플랜트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