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이 최우선 목표였던 택지 공급의 패러다임이 최근 도시 기능을 다양화하는 도시개발로 바뀐 만큼 과거에 머물러 있는 토지 보상 정책도 피수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공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그동안 사업참여자인 시행사와 시공사에 편중된 개발이익을 토지주가 공유할 수 있고, 원래 살던 지역에 재정착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대토보상제도가 대안으로 꼽혔다. 대토보상이란 공공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에 대해 현금 대신 개발되는 땅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심교언 건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한국부동산분석학회와 조선비즈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한 ‘보상제도 선진화를 위한 건설정책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된 ‘보상제도 선진화를 위한 건설정책포럼’에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이 절실한 시기를 넘은 만큼 이제는 공익이라는 명분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주민과 사회의 요구 사항이 조화된 보상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간접보상 방식으로 시행된 이주대책이나 생활대책과 달리 직접보상인 토지보상금을 받을 때 현금으로만 받던 방법을 개발 이후의 땅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토보상은 2차 사업참여자인 시행사와 시공사들에 편중된 개발이익을 토지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권리라 이 제도가 보상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부동산분석학회와 조선비즈가 주최했다. 심 교수는 ‘국내 주택정책과 보상정책의 실현성 검토 및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현재 공공개발이 이뤄질 때 토지를 수용당하는 주민들의 경우 주로 현금과 채권, 토지 등으로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아 보상가 산정기준을 놓고 국가와 주민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거나 기존 주민이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토지보상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보상가 산정기준 ▲감정평가사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가격 산정방식 ▲대토(代土)보상제도의 비활성화 등이 꼽힌다.

이어진 토론에는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좌장)와 이재훈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사무관, 강신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간정보처 부장, 김성희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 정양현 법무법인 하우 대표변호사,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 세무사, 김재연 웰스어드바이저스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대토보상제도 활성화 방안과 한계점 등을 논의했다. 강신은 LH 부장은 “대토보상 리츠를 지주들이 만들고, LH가 직접 자산관리회사(AMC) 역할을 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실질적으로 민간토지 소유자의 이해도가 낮고 신뢰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부족한 것이 대토보상 비활성화의 배경인데, LH가 자산관리 대행을 해서 건축물을 지어 분양까지 하는 시범사업이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희 안양대 교수는 “대토보상의 경우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활성화의 관건이 될 수 있다”며 “가령 지주들이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대략적인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현 변호사는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감정평가가 보상에 반영돼 지주들이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며 “이를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와 조선비즈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한 ‘보상제도 선진화를 위한 건설정책포럼’에 참가한 패널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고성수 건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이재훈 국토부 사무관, 강신은 LH 부장, 김성희 교수, 정양현 변호사, 주용철 세무사, 김재연 대표.

김재연 웰스어드바이저스 대표는 “대토보상을 받는 지주들은 보통 혼자 개발을 할 수 없다 보니 지주 공동사업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한다”며 “하지만 이는 세법상 양도세 과세가 되기 때문에 애초 대토보상 취지가 유명무실해진다”고 말했다.

주용철 세무사는 “10억원 정도 보상을 받았을 때 상업용 토지는 2억5000만원, 비사업용토지는 3억5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해 세율이 상당히 센 편”이라며 “다만 이런 높은 실효세율을 피하기 위한 연구가 제한적이지만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훈 국토부 사무관은 “현금보상은 현재 토지에 대한 가격을 토지보상법에 따라 평가하는데, 대토보상은 미래의 가치를 미리 추정해서 현재의 토지소유자에게 주는 것”이라며 “미래 가치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해 정당하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입장에선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데,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우 토지소유자들에게 대토를 제공할 수 없어 형평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