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TV를 원하죠."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 올레드(OLED) TV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소비자들의 TV 사용을 조금이라도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온종일 사용자의 음성인식, 의도 분석 등을 연구하는 LG전자 AI프로젝트 부서가 그 주인공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LG전자의 프리미엄 TV는 화질뿐 아니라 사용자 음성인식 기술 측면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IT리뷰 전문매체인 '디지털 트렌드(Digital Trends)'는 최근 LG전자의 OLED TV 신제품 E8의 음성인식 기능에 주목하며 "현재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기술일 뿐 아니라 음성인식 기술의 미래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LG전자 HE연구소 내 개발실에서 이상석 책임연구원이 LG 올레드 TV의 음성 인식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도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LG전자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지난해 33%의 점유율로 소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매출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LG전자의 음성인식 연구개발(R&D)은 1988년부터 시작됐다. 이미 30여년전부터 음성인식 분야에 독자적인 기술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LG전자는 2012년 애플 시리(Siri)의 대항마로 큐(Q)보이스를 내놓았고, 이후 이 기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상석 LG전자 HE사업본부 AI프로젝트 책임연구원은 TV 분야에 자연어 음성인식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2년부터 '말귀를 알아듣는 TV' 개발에 매진해왔다. 이 책임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TV는 편하게 쉬면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디바이스"라며 "리모콘 대신 사람의 음성으로 채널 이동, 검색, 설정 제어를 바꿔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이미 TV 업계에는 5~6년전부터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시판 중이었다. 문제는 아무도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TV가 정해진 단어 이외에는 알아듣지 못했다"며 "이후 기술이 발전해도 소비자들은 대충 말해도 알아듣는 똑똑한 TV를 원하기 때문에 쉽게 만족시킬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당시만 해도 그리 유망하다고 볼 수는 신기술이었지만 LG전자는 음성인식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고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져온 LG 특유의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화 가능성도 불투명한 기술을 30년씩 붙들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2013년 이후 세계 전자·IT업계 흐름이 인공지능, IoT 등으로 흘러가면서 LG전자의 음성인식 기술도 더 힘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 고도화된 음성인식 센서 등 하드웨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의도 분석을 위해 필요한 고성능 프로세서도 등장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구동되는 TV 혁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LG전자는 소비자들의 일반적 생활 패턴, 언어 습관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특히 음성인식과 사용자의 의도분석을 강화해 TV의 지능을 높였다. 이상석 책임연구원은 "사람들은 각자 평소 사용하는 어휘, 언어 습관이 다르다. 뭔가를 검색하고 싶을 때 찾아줘, 검색해줘, 알려줘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음성인식 솔루션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다. 음성인식 프로세스는 통상 구문을 텍스트로 바꿔서 인식하는 방식인데, 가령 사용자가 '네이버에서 소녀시대 보여줘'라는 문장을 잘못 말했거나 사투리 등의 요소로 오류가 생겼을 경우 곧바로 보정해 가장 정확한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현재 LG전자 TV의 음성인식 정확도는 95%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10개 중 9개의 단어를 알아듣고 1개의 단어를 못알아듣는다고 해도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완벽한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해 디테일을 강화하고 있고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며 "음성인식을 통해 TV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디바이스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