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위반 판정과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 구속 등으로 바이오주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상장 바이오 회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자들이 바이오 종목 담기를 조심스러워 하다보니, 바이오회사는 기업설명회(IR)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증권가에는 검찰이 다른 바이오주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또 금감원이 바이오주에 대해 개발비 테마감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악재로 분류됩니다.

우선 지난 18일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이사의 구속 소식이 바이오 종목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허위·과장 정보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라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 소식을 네이처셀이 공시하면서 이틀동안 주가가 1만5200원(17일 종가)에서 8480원(19일 종가)으로 44%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8.8%, 메디톡스(086900)신라젠(215600), 나노스, 바이로메드는 4~10%씩 빠졌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 셀트리온도 2% 미끄러졌습니다.

조선일보DB

기간을 좀 더 길게 잡아 올해 2분기로 보겠습니다. 제약·바이오업종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상황이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 기간 기준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약 10.4%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약 5% 빠진 것을 감안하면 의약품업종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처셀의 허위 정보에 의한 주가조작 혐의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혐의가 바이오업종 투자자들을 떨게 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금감원은 4월부터 제약·바이오 상장사에 대한 테마 감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분류하는 관행을 점검하는 건데, 시장에서는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때 `테마감리 대상 10개사`라는 명단이 돌면서 해당 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차바이오텍 등 일부 기업은 금감원 테마감리를 앞두고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자체적으로 개발비 회계처리를 엄격히 함으로써 적자 전환, 혹은 적자 폭이 커지면서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업종에 이슈가 집중돼 불확실성 증가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고 분석합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나 환율 등 대외변수들이 불확실해지고 제약바이오 섹터 내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우려감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다”면서 “투자 심리가 1~2개월 내 빠르게 회복되기를 기대하거나, 지난해 11월과 같은 코스닥 랠리가 재현될 것이라고 보기는 무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이오기업에서 IR 담당을 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요즘 걱정이 앞선다고 합니다. 한 제약회사 IR담당자는 “바이오 업종 특성상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지만, 회사도 이를 해소할 방도가 없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회계적인 이슈라 바이오 외에 다른 업종 IPO 진행시에도 꽤 많이 까다로워졌다”고 말했습니다.

한 펩타이드 의약품 전문 코스닥 상장사는 “업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기업 설명회를 할 때 주 먹거리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설명하기가 어려워질 듯 해 걱정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네이처셀은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임상시험 결과를 과장·허위 홍보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데, 다른 바이오기업들에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번지는 상황입니다. 제약·바이오기업 특성상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렵다보니 연구개발 성과가 주가를 움직이는데, 라 대표의 전례 때문에 투자자를 설득시키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