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기금운용직의 급여를 직접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주 이전 후 기금운용 전문가들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획기적인 처우 개선으로 이를 막아보려는 의도다. 국민연금의 운용역 인력 부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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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인상에도 줄퇴사…“운용위가 급여 결정해달라”

2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금운용위 회의에 참석해 “노동시장에서 기금운용직의 이동이 굉장히 잦은데, 처우 문제가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운용위원회에서 급여를 결정하는 한국투자공사(KIC)처럼 우리도 기금운용위에서 급여 등을 결정해준다면 좀 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2월 전주로 둥지를 옮겼다. 기금운용직 퇴사자는 2013년 7명,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기관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조직을 떠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퇴사자 수(27명)가 입사자 수(26명)를 앞질렀다.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2016년 4분기에 전체 운용역의 기본급을 10% 인상하고, 2017년 초에는 핵심 인력인 실·팀장급 운용역의 기본급에 직무급(일종의 성과급)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올려준 바 있다. 이런 조치에도 퇴사 행렬이 멈추지 않자 김 이사장이 기금운용위에 대책 마련을 호소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동석한 최규완 위원(한국외식업중앙회)도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가장 큰 돈을 다루는 일이므로 합당한 인센티브나 처우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로 김 이사장의 제안에 힘을 보탰다. 최 위원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면 외국인 펀드매니저를 데려올 수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히 유연한 보수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운용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원회 간사인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에게 “기금운용직에 대한 보수 결정 권한이 기금운용위에 있는지, 소관이 아니라면 (소관 사항으로 만들기 위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검토한 다음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복지부는 현재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의 급여수준 비교 자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는 이르면 이달 26일로 예정된 기금운용위 회의때 제출될 예정이다. 2016년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은 자산운용업계 평균(50%)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가령 전임 운용역의 보수는 7300만원으로 시장 평균인 8000만원의 91.1% 수준이다.

전북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 “기재부가 협조해줘야 해결돼”

김 이사장이 기금운용직의 처우 개선 문제를 기금운용위에서 공식적으로 꺼내든 만큼 향후 어떤 대책이 마련될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운용위가 KIC처럼 기금운용직의 급여를 결정하도록 규정을 다듬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운용직의 처우 개선과 이탈 방지는 이미 우리도 진작부터 고민해온 문제”라며 “그러나 아무리 의지를 갖고 있어도 모든 일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협조해줘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이 전주 이전 후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지원 제도가 종료되면 기금운용직 이탈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직을 포함한 공단 직원(비연고자)들에게 숙소와 근무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중 숙소는 임시사택과 직원숙소로 구분되는데, 임시사택의 운영기간이 지방 이전일로부터 4년간이다. 정부 승인을 받아 2년 연장할 수 있다. 근무자금은 무이자로 제공된다. 대부기간은 최대 5년이다.

기금운용본부에서 근무 중인 한 30대 기금운용역은 “직원숙소는 들어가기 어렵고 임시사택은 수년 후 지원이 종료된다”며 “현재 상황에서 전주에 정착할 마음은 없고, 직원 복지가 끊길 때쯤 여의도 복귀를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