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최대 화두는 철강업체 제일제강이다. 신일그룹이라는 비상장회사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신일그룹과 관련이 있는 제일제강 주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1800원대에 머물던 제일제강의 주가는 지난 17일 상한가를 기록, 4160원까지 치솟았다. 17일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밝혔고, 이 회사의 대표가 이달 초 제일제강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18일에도 개장 직후 바로 상한가로 직행, 5100원까지 올랐던 이 회사의 주가는 장 막판 6.25% 급락했다. 제일제강이 "주주 변동이 있을 뿐, 보물선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19일에도 20.51% 폭락, 3100원까지 주가가 내렸다. 만약 18일 고점(高點)인 5100원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라면, 이틀 새 40%에 가까운 손실을 본 셈이다.

◇'보물선' 좇다가 '난파선' 된 기업들

사실 보물선 테마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12월 러일전쟁 때 침몰한 보물선이 발견됐다는 소식과 함께 탐사작업에 동아건설이 10억원을 지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된 것도 이번에 등장한 돈스코이호다. 2000년 12월 1일 300원이던 동아건설의 주가는 같은 달 18일부터 14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시작, 이듬해 1월 4일엔 3265원까지 10배가량 폭등했다. 하지만 '보물선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양수산부의 공식 발표 등이 나오면서 주가는 800원까지 급락했고, 급기야 동아건설이 자금난으로 부도 나면서 2001년 6월 상장이 폐지됐다.

같은 해 삼애인더스트리는 진도 죽도 해저에 군수 자금을 싣고 일본으로 귀환하던 중 침몰한 일본 군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가 역시 2000원대에서 1만5000원까지 치솟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1000원으로 미끄러졌다. 당시 삼애인더스트리는 이 사업의 가치가 20조원에 달한다며 보물선 인양을 위한 자금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등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이는 삼애인더스트리, 인터피온 등 계열사를 거느린 G&G그룹 이용호 회장이 벌인 주가 조작 사건으로 결론 났고, 삼애인더스트리는 2002년 10월 상장 폐지됐다. 시장을 흔든 보물선 테마는 10년 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또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취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회사의 주가 역시 3000원대에서 1만7000원대까지 5배 이상으로 급등했지만, 이 역시 '사기극'으로 판명 났다.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은 2015년 5월에 상장 폐지됐다.

◇"투자자들은 조심, 또 조심해야"

돈스코이호에 진짜 보물이 실려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존에 여러 번 나왔던 보물선 테마 주가 조작 사례와 더불어 신일그룹 자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과 바이오 사업, 종합건설업(아파트 브랜드 신일유토빌),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사업 등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증시에서 '핫한' 테마를 모두 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신일그룹·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2개 회사만 등록 법인이고, 홈페이지에 계열사라고 밝힌 신일건설산업·신일바이오로직스·신일국제거래소·신일골드코인 등은 법인 등록이 안 돼 있다. 설사 돈스코이호에 보물이 실려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당장 19일, 2001년에 돈스코이호 탐사를 진행했던 동아건설이 "우리가 돈스코이호를 최초 발견했다"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고,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기라도 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게다가 인양을 위해 당국에 매장물발굴허가를 받으려면 매장물 추정 가치의 10%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데, 알려진 것처럼 돈스코이호에 실려 있는 보물의 가치가 150조원이라면 15조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도 인양이 어려운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