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33조원) 기업 자리를 두고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스마트폰의 지존(至尊) 애플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주가와 총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것으로 기업의 현재 실적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지표로 꼽힌다.

18일(현지 시각) 아마존의 주가는 장중 1853.21달러를 찍으면서 시가총액이 9020억달러(약 1022조 1400억원)까지 올랐다.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지만,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9000억달러 고지를 밟은 기업이 된 것이다. 이날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15일 자정부터 36시간 동안 열렸던 대대적인 할인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였다. 아마존은 행사 기간 TV·스피커 등을 포함해 총 1억 개 이상의 물건을 판매해 아마존 단일 행사로는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최초의 1조달러 기업 등극을 두고 애플과 아마존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이 7년째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년 사이 아마존 주가가 81% 폭등하면서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클라우드·광고 삼각편대 구축한 아마존

아마존은 올 1분기 매출 510억4200만 달러(약 57조8400억원), 순이익 16억2900만달러(약 1조 8460억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43%, 순이익은 125%나 늘었다. 아마존이 폭풍 성장하는 것은 본업(本業)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사업이 모두 빠르게 크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4월 매년 99달러씩 내고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이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판매수수료 외에도 회원 가입비로만 연간 100억달러(약 11조3300억원) 이상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서비스 지역도 북미를 뛰어넘어 유럽과 아시아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독일·영국 등에서는 이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인구 13억 명이 넘는 인도에서도 플립카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세도 거세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자(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 세계에서 100만 곳이 넘는 고객사(社)를 확보해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10년간 미국 국방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100억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AWS의 클라우드 사업은 지난 1분기 아마존 전체 순이익의 86%를 벌어들였을 정도로 수익성도 뛰어나다. 아마존의 온라인 광고 사업도 1년 전보다 매출이 140%나 뛰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확장 경영 아마존 VS. 주주친화 정책 확대하는 애플

아마존과 애플은 미국 IT 업계에서 오너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아마존은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1996년부터 22년째 CEO 자리를 지키면서 강력한 확장 경영을 한다. 베이조스 CEO는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재투자한다. 이로 인해 지난 5년간 아마존의 평균 연간 이익률은 1% 내외에 불과하고, 2012년과 2014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막대한 이익을 곳간에 쌓아두기보다는 무모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베이조스의 경영 스타일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인 팀 쿡 CEO가 이끄는 애플은 현금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을 병행한다. 고(故)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 CEO 체제가 들어서면서 애플이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돈만 3000억달러(약 340조원)가 넘는다. 스티브 잡스 CEO는 자신의 재임 기간 애플 주가가 수십배 뛰었다는 점을 내세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거의 안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올 초만 하더라도 애플이 최초의 1조달러 기업이 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근 아마존의 기세가 무섭다"며 "강력한 오너십을 앞세워 아마존의 확장 경영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