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줄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도심권의 거래량은 오히려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4구의 시장이 위축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보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만1676건으로 작년 하반기(7~12월·5만5845건)보다 7.47% 감소했다.

거래량이 줄어든 데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가 많아지며 1~3월 거래량은 1만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지만, 4월 이후부터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821건으로 다주택자가 집을 집중적으로 내다 판 3월(1만3828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이었지만,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가 포함된 도심권 3구다. 용산구의 상반기 거래량은 2040건으로 작년 하반기(1261건)보다 61.78% 증가했다. 용산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값 상승률도 7.07%(7월 16일 기준)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종로구와 중구의 상반기 거래량도 각각 작년 하반기보다 50.58%와 33.19% 늘며 거래가 활발했다.

도심권이 이렇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강남권의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수요자의 시선이 강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에는 규제가 강화된 재건축이 몰려 있지만, 강북에는 규제 영향을 덜 받은 재개발이 많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일자리와 가까운 직주근접의 장점이 두드러지면서 도심권 거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한 곳은 27.74% 늘어난 은평구와 성북구(17.41%), 관악구(4.66%), 중랑구(4.22%), 영등포구(2.02%), 강북구(1.17%), 강서구(0.06%) 등이다.

반면 강남 4구는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상반기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716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30.13% 감소했다.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이 22.66% 줄어든 것을 비롯해 서초구와 강동구 거래량도 각각 21.14%와 20.84% 감소했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강남 4구의 아파트 값은 서울 평균(3.77%) 이상으로 상승했다. 올 들어 7월 16일 기준 송파구의 아파트 값 상승률이 6.28%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강동과 강남, 서초구도 각각 5.54%와 4.67%, 3.92% 상승했다. 거래량과 아파트 값이 큰 상관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합수 위원은 “보통 거래량과 가격은 70%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강남의 경우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아 오히려 매물들의 희소성이 부각됐고 이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광진구 아파트 거래량도 25.58% 감소했고, 노원구(-18.38%)와 동작구(-15.16%), 성동구(-14.47%) 등의 거래량도 감소 폭이 컸다.

박 위원은 하반기에도 이 같은 거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강북을 비롯한 도심권 거래는 늘고 강남권 거래는 계속 줄 거란 얘기다. 그는 “거래는 줄지만 아파트 값은 강보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매물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이라 집값은 내리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