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11시 일본 후쿠오카 사와라구(區) 코스모스(COSMOS) 원중앙(原中央)점. 이곳은 아침부터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을 찾은 스즈키 케이코(34)씨는 소시지가 들어간 98엔(약 983원)짜리 빵을 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어 즐겨 찾는다”고 했다.

약품회사에서 식품 중심의 드럭스토어로 변신한 코스모스. 판매관리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모든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스모스는 1991년 화장품과 약을 판매하는 매장(드럭스토어)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까지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매장으로 진화했다.

일본 전역에 약 870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코스모스엔 할인행사나 미끼 상품이 없다. 전 상품에 대한 상시 저가(EDLP, everyday low price) 전략으로 고객 신뢰와 충성도를 높였다. 일본 소비자가 저가 생필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한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코스모스는 규슈 지역을 거점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며 매년 두자릿 수 성장을 이뤄냈다. 600평 남짓한 매장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 나머지 70%는 각종 생활용품과 식품들로 채웠다.

화장품을 약 30%, 나머지를 생활용품과 식품 70%로 채웠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이 급성장하면서 전통 유통 강자인 백화점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2010년 10조엔(약 100조6650억원)에 달했던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16년 6조엔(약 60조39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오후 찾은 규슈 후쿠오카에 위치한 한큐백화점은 하카타역과 연결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쇼핑객이 많지 않았다. 에르메스·구찌 등 고가 명품을 판매하는 이곳은 방문객 수가 지속 줄고 있다. 한큐백화점 패션매장 한 직원은 “예전에 비해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본인이 많아지면서 비싼 제품 구입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백화점을 찾은 한 관광객은 “수입품을 너무 비싸게 파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에서 200불이면 살 수 있는데 거의 두배 가량인것 같아 망설여 진다”고 했다.

일본 유통사는 오프라인 업종간 경계를 허물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대항하고 있다. 유명 드럭스토어 돈키호테가 일본 대형마트 ‘빅3’ 중 하나인 유니와 연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유니 대형마트를 돈키호테 메가로 전환,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유니는 이를 받아들였다.

코스모스는 인구 1만명의 소규모 상권에 출점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지역 내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규슈 지역내 매출 1위 소매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2016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4조4727억원, 영업이익은 1863억원으로 4.2%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GS슈퍼와 랄라블라(드럭스토어), GS25(편의점)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개별 기준)이 1.9%였던 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코스모스가 판매하는 98엔짜리 소시지 빵. 식품형 드럭스토어엔 2만 종류의 상품 중 약 70%가 식품으로 구성됐다.

코스모스 성장 배경엔 ‘3無(무) 전략’이 꼽힌다. 우선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없다. 오직 현금만 받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없애고 그 만큼 더 싸게 물건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포인트 카드도 없다. 국내 유통사들은 대부분이 회원제를 통해 고객을 관리한다. 포인트 제도를 통해 충성도를 높이면 고객들이 자주 방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포인트가 쌓일수록 기업엔 부담이다. 관리비용도 많이 들지만, 포인트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돼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신용도를 떨어트려 금융비용이 올라간다.

식품을 파는 드럭스토어지만 일부 채소, 과일을 제외한 신선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관리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2만여개 일상 소모품 위주로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을 매출 기준 50% 이상으로 구성했다.

식품 중심의 드럭스토어지만 일부 채소, 과일을 제외한 신선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호화스런 인테리어나 불필요한 직원도 없다.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유지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꼭 필요한 곳에만 조명을 설치하고 직원도 계산대 외에는 최소화 한다. 인건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모스는 드럭스토어와 일반 슈퍼의 경계를 허물고 판관비를 줄이는 저가 전략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