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장담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뒷말이 많다. 중국 화웨이보다 국산 통신장비의 개발 일정이 늦어지고, 단말기 출시 시기도 불분명한 데 세계 최초를 강조하는 의도를 알 수 없다. 과기정통부 뿐 아니라 통신사들도 앞다퉈 세계 최초 상용화를 내세우다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애초에 세계 표준화에 우리 기술이라는 건 없다. 각자가 기여(contribution)하고, 출연금에 비례하는 투표권 행사를 통해 표준을 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분을 확보할 뿐이다. 자칫하면 일반 국민이나 위정자들이 우리 기술이 채택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전국민이 5G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주파수, 네트워크, 단말, 서비스 비용을 다 합쳐 적어도 50조원이 들어가는 일인데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 네트워크 장비, 단말기 등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구축된 생태계 내에서 어떤 획기적인 서비스와 산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현재의 LTE망도 이미 최고 수준이다. 5G를 통해 좀더 빨라진다거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스마트시티 인프라 등 개념적 기대치를 내세우기에는 너무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사실 LTE망이 속도의 한계가 있어서 할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규제환경과 창의의 한계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기술자들이 나서 각자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을 구현하기 위해 무얼 하자고 할 일이 아니다. 의료, 교육, 유통, 수송 등의 분야에서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디자인이나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하고 무슨 기술이 필요한지를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매번 기술 주관 정부 부처 주도로 시험, 시범, 실증만 하다 만다.

이제는 기술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아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분야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온라인 유통 전문회사가 세계 최대 클라우드 데이타센터망을 보유하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도하는 IT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하게 되었다.

스마트시티도 마찬가지다. 5G 기반의 모든 기술이 총망라된 도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인프라를 갖춘 도시를 스마트시티라고 여기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스마트라이프를 제공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5G나 넓게 뚫린 도로를 갖춘 도시가 어쩌면 더 스튜피드(stupid) 시티일 수도 있다. 넓은 도로에 많은 차를 다니게 하는 게 아니라 우버나 그랩 같은 공유서비스를 활성화해 차량 운행을 줄이고, 에너지를 덜 쓰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고, 미세먼지 문제도 해결하는 게 스마트도시다. 서울시처럼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스마트도시를 위해 기술협약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스마트도시는 출산 육아를 위한 제도 문화 시설이 어떻게 다른지, 교육 및 의료 환경은 어떻게 다른지, 주거양식과 주거문화의 차이는 무엇인지, 어떻게 에너지를 적게 쓰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지,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고 재활용하는지, 교통이 얼마나 편리한지 더 나아가 어떻게 교통량을 줄이고 삶을 유지하는지 등이 관건이다. 스마트도시를 하겠다면 먼저 뭐가 스마트라이프이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