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계 증시가 출렁이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미국 펀드만큼은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모회사)을 일컫는 '팡(FAANG)' 주식을 주로 담은 미국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을 테마로 한 기술주 펀드는 당분간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발 악재에도 미국 펀드만 선방

18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지역 주식형 펀드 41개는 연초 이후 평균 7.3% 수익률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1.72%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 아시아 -6.84%, 중국 -5.74%, 중남미 -9.25% 등 지난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신흥국 펀드는 대부분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이는 미국발(發) 악재로 신흥국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은 반면, 미국 증시만큼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증시 충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미국·중국 간 무역 전쟁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는 통화 가치가 급락하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지난달 중국 상하이 증시가 10% 이상 폭락했을 뿐 아니라, 무역 갈등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는 2분기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미국 펀드 수익률이 특히 높은 데에는 달러 강세의 영향도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최근 1개월 새 4% 이상 오르면서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 가치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132.3원으로 전날보다 8.2원 올랐다. 이는 지난해 10월 19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최근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 연준이 올해 연방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예정이라, 강달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금리 인상과 무역 전쟁 이슈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경기 호조와 달러 강세 아래 가장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테마 펀드 승승장구

미국 펀드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테마로 한 기술주 위주의 펀드는 평균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예컨대 '한국투자KINDEX미국4차산업인터넷증권' 상장지수펀드는 연초 이후 32.19% 수익률을 내고 있다. 미국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공통적으로 FAANG 주식을 담고 있는 '하나UBS글로벌4차산업1등주플러스' 펀드는 13.65%,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 펀드는 11.18% 수익률을 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 등 미국의 대형 기술주가 무역 전쟁 등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오른 덕분이다. 넷플릭스 주가는 연초 이후 88.7% 올랐고, 아마존은 55.1%, 페이스북은 15.7% 상승했다. FAANG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고점' 논란도 있으나, 당분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스닥 시장의 올해 이익률이 25.8%로 선진국 증시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 평균은 18.3%다. 17일(현지 시각)에도 기술주 위주의 뉴욕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 자금도 미국 펀드에 쏠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펀드 자금이 이탈했지만, 미국 펀드에는 565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무역 전쟁으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가시적인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