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으면 국내 반도체 산업이 3년 후 중국에 밀릴수도 있습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반도체산업발전 대론회가 열렸다.

18일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은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지금 반도체 원천기술은 30년전과 동일하다”며 “3년안에 중국이 흉내내지 못할 신기술과 인프라가 나오지 않으면 반도체 시장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의 손실까지 보전해 주면서 지원하고 있어 코스트(가격) 경쟁력을 키우는것 만으론 중국을 이길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혁신적인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도 "정부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안 하고 있다"며 "2020년쯤이면 중국은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감 확산은 중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는 자금 200조원을 투입해 현재 15%에 불과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설정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시장에서 공급 물량 중 70%를 중국 기업들이 직접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즉 중국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상위 3개 기업은 나머지 30% 물량만으로 생존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장 내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증설과 중국 업체의 메모리 생산이 겹쳐 2020년부터는 공급이 과잉될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보고있다. 공급과잉은 제품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어느 한쪽이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 손실을 감수하는 국면까지 치달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 업체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박재근 학회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도 중국 업체는 손해보지 않는데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자국 업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도체 사업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재근 학회장은 "산업부 소관 반도체 분야 R&D 사업비는 2009년 1003억원에서 2014년 835억원, 2016년 356억원, 2017년 314억원까지 줄었고, 이중 신규과제 예산을 보면 2016년은 0원까지 떨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학계에서 연구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인재 양성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대학교 반도체 석·박사 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석사급은 2008년 65명에서 점차 줄어 2016년 4명까지 줄었다. 2017년 다시 26명으로 늘었지만 과거와 비교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박사급은 2008년 38명에서 2017년 17명까지 줄었다.

염근영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줄어드는 석·박사 인력에 더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력을 더하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문제가 시급하다”며 “중국 정부가 연구개발 쪽으로 막대한 투자를 하는 점과는 대조된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장을 방문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업계의 문제 중 하나가 인력 양성인 점은 알고 있다”며 “반도체 분야가 논문을 내기도 어렵다 보니 많은 연구자들이 기피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반도체가 세계 1위로 더 커나가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로 200조원 이상 투자하는데 비해 우리가 그동한 소홀히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며 “반도체 장비·재료의 성능평가 부분을 비롯해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여타 국가들과 격차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