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無印良品,무지루시료힌)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의 무인양품은 심플한 의류, 가전가구,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제품 외관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7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역과 이어진 도큐핸즈 6층에 위치한 무인양품을 찾았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류나 생활가전이 아닌 ‘식품’ 코너였다. 원래 중저가의 의류 악세서리, 퍼니처, 패브릭, 가정용품, 문구류 등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무인양품은 최근 슈퍼마켓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일본 유통업계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카타역 무인양품에서 판매중인 식품. 수제 카레, 쿠키, 건조 자연식품 등 가공을 최소화한 건강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입는 것에서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먹는 것으로 확대하며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매장에서 만난 미카코(26)씨는 “무인양품이 판매하는 식품은 화학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조리법을 간소화해 즐겨 찾는다”고 했다.

수제 카레, 쿠키, 건조 자연식품 등 가공을 최소화한 건강한 식품을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해 식생활의 미니멀리즘을 제안한다.

오사카 우메다 무인양품 매장. 각종 야채가 판매되고 있다.

올해 세계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오사카시 우메다(梅田) 무인양품 매장은 그야말로 슈퍼마켓이다. “내가 무인양품 매장에 온 것일까 아니면 슈퍼마켓에 온 것일까”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이곳은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자재 마트다. 벌레 먹고 못 생겨도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제공하겠다는 ‘식(食)’ 의 본질에 충실해 보인다.

오사카 우메다 무인양품 매장. 소고기, 생선 등 신선식품부터 꼬치, 튀김 등 조리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소고기, 생선을 비롯해 호박, 브로콜리, 오이, 파, 양파, 버섯 등 신선식품부터 토마토, 바나나, 키위, 오렌지 등 다양한 과일까지 판매한다. 뿐만 아니다. 델리(즉석조리) 상품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다양한 꼬치와 제육덮밥, 초밥, 튀김, 반찬, 만두, 찌개까지 판매한다. 음료수, 과자, 빵 등은 기본이다. 특히 이곳은 무인(無人) 매장으로 운영된다. 카운터에 직원이 없다. 무인결제 시스템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마진은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오사카 우메다 무인양품 매장. 소고기, 생선 등 신선식품부터 꼬치, 튀김 등 조리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무인양품은 카페테리아 ‘카페 밀 무지(cafe meal MUJI)’도 운영한다. 같은날 오후 찾은 텐진 무인양품 매장에는 무지 카페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손님들로 꽉 채워진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버터 치킨 카레' 가격은 860엔(약 8600원). 식당의 인테리어와 식기는 모두 무인양품의 제품을 사용해 미니멀하게 구성했다.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제조사 브랜드가 없는 형태로 출시된다. "브랜드가 아니다"가 무인양품의 캐치프레이즈다. 여기에는 개성과 유행을 제품에 담지 않고 브랜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는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고객들은 제품을 유통하는 무인양품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영국 유명 의류업체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가 스콘·요거트·음료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전방위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막스 앤 스펜서 매장에서 판매되는 의류는 30%밖에 되지 않는다. 70%를 식품으로 채웠다.

계산원 없이 무인화 매장을 구현한 오사카 무인양품.

고객에 단순히 ‘식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막스 앤 스펜서나 무인양품의 ‘스타일’ ‘문화·감성’을 함께 판매하는 식이다. 인기있는 브랜드일수록 이런 PB상품에 대한 선호는 더 높아진다.

무인양품은 ‘여백’과 ‘본질에 충실함’이라는 철학을 통해 고객을 팬으로 만들었다. 상표가 없는 제품을 통해 팬층을 더욱 두텁게 했다. 무인양품은 ‘자신들의 제품이 세계 최고라며 고객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그런 제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거면 족하다’는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과하지 않은 딱 그만큼의 제품이라는 의미다.

남의 물건을 가져다 파는 유통업에서 출발한 무인양품이 지금의 확실한 철학과 가치관을 갖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무인양품 디자이너들은 수백 곳의 가정집을 방문해 왜 욕실이 지저분하게 보이는지 연구했다. 이유는 제조사들이 자신의 제품을 부각하기 위해 제각기 화려한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한 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인양품은 투명, 반투명의 일관된 욕실용기와 미용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무인양품의 이런 철학은 해외 소비자도 팬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무인양품의 총매출액은 약 1133억엔(1조1314억원)으로 이중에서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이 34%에 달한다. 2013년 2월 결산 기준 15%였던 해외 사업 매출비중이 두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30개 국가, 780개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로고를 표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깔끔하고 실용적인 무인양품의 제품들.

한국에서도 무인양품의 인기는 상당하다. 서울 여의도 IFC몰 2개 층의 상당히 넓은 면적을 채웠던 삼성물산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퇴장한 자리를 최근 무인양품이 채웠다. 올해는 신촌에 5개층으로 이뤄진 약 500평 규모의 최대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다. 현재 전국 2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김창주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무인양품의 지속적인 성장은 일본 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며 “미국 등 서양 소비자에게 있어 무인양품은 일본 문화와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일본스러운 소매업으로 인식 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