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오른 데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근로자 임금을 올리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실업(구직)급여처럼 최저임금에 연동된 각종 사회보험료 인상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영세 사업자 등을 달래기 위해 대규모 세금도 투입해야 한다.

17일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과 연동돼 있는 각종 정부 지원금은 탈북자 정착금, 특별 재난 지역의 사망자 유족 보상금 등 31가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업급여(구직급여)의 경우 최저임금이 2022년 1만687원에 도달한다고 가정(2018년 16.4%, 이후 4년 동안 매년 9.15% 적용)하면 현 정부 5년간 4조2215억원, 연평균 8443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국회 예산처는 예측했다. 또 출산휴가급여는 현 정부 5년간 연평균 395억원, 총 1975억원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전망이다.

이 수치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예산정책처는 2009~2016년 사이 실업자와 2004~2015년 사이 실업자 중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비율 등을 토대로 실업급여 지급 추이를 예상해 계산했는데,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더 오르고 경제 상황이 악화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 비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 최저임금의 200배 내에서 지급하는 탈북자 정착 지원금과 같은 정부 지원금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에 직접 연동돼 있지는 않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해 인건비를 지급하는 각종 제도도 줄줄이 인상이 예고돼 있다. 장기요양보험이 재원인 요양보호사나 어린이집 교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정부가 책정하는 서비스 단가 등에 따라 임금이 좌우되는데, 최저임금 안팎 수준인 경우가 많다. 올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영·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을 912억원 증액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4대 돌봄 서비스(장애인 활동 지원, 노인 돌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가사 간병) 분야 예산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높아지면서 4대 돌봄 서비스 예산을 작년(7507억원)보다 약 1042억원 늘린 8549억원으로 책정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공무원의 급여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급 기준 174만5150원으로 오르면서, 올해 9급 초봉(144만8800원)과 8급 초봉(159만1900원)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내년도 공무원 급여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최저임금 상승에 영향을 받아 상승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등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어서 수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보전하려고 재정 등을 동원해 지원하는 것은 일시적일 뿐 근본적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