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서민층 소득이 뒷걸음치자, 정부와 여당이 기초연금을 계획보다 빨리 올리고 저소득층에 주는 근로장려금도 대폭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저(低)소득층 지원 대책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지원(일자리 안정기금 3조원)해 주면서, 그 부작용에 따른 저소득층 소득 공백을 또다시 세금으로 때우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7일 아침 국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협의'를 가진 뒤, 이 같은 정책 내용을 발표했다.

당정은 우선 기초연금의 인상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초연금은 올해 9월에 25만원 인상을 계획대로 추진하되 소득 하위 20% 어르신에 대해 계획보다 2년 당겨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 조치로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당정은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과 지급액도 현재의 2배 안팎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세부 대상과 지급 시기는 18일 공개된다. 여기 소요될 재원도 매년 2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당정은 이 밖에 청년구직자에게 주는 구직활동 지원금을 현재 월 30만원 한도 3개월에서 월 50만원 한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했고,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있는 가구에는 내년부터 생계급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을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 자녀로 확대하고, 지원금도 월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인상한다. 시행 시기는 모두 내년이다.

이날 당정이 쏟아낸 대책들은 최저임금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안정자금처럼 세금이 든다. 하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은 2~3년만 지급하면 되는 임시 지출인 반면 재정사업 확대는 영구적으로 유지돼 나라살림에 주는 부담이 훨씬 무겁다.

전직 국책연구원장은 "복지 지출은 일단 늘면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 우리 인구구조와 경제 상황을 볼 때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향은 맞지만 지금처럼 면밀한 계획 없이 너무 급하게, 큰 폭으로 올리면 두고두고 재정에 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