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값은 떨어지는데 임금을 올리라니 결국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김수복 ‘조선 5사 사내협력사연합회’ 회장은 "업황이 안 좋아 같은 물량의 일을 했을 때 받는 돈이 30~40% 삭감된 상황인데 최저임금은 역행해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본사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존해주는 것도 아니고 기가 찰 노릇"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제도까지 시행돼 한국의 제조업은 끝난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로 의결했다. 최저임금이 올해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이다.

김 회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결국 형평성과 경력을 고려했을 때 전체 직원의 임금, 퇴직금 등이 모두 덩달아 오른다"며 "편의점,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제품 가격 인상 카드라도 있지만, 조선협력사는 영업이익률이 3%도 안되고 4대 보험료도 못내 유예시키는 상황인데 결국 파산하라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감도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차라리 정규직을 안 쓰고 시간당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조선 3사보다 사외협력사에 영향이 크다"이라며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차, 3차 협력사는 더욱 상황이 안좋다"고 말했다.

'조선 5사 사내협력사연합회'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협력업체 모임이다. 연합회의 21명의 부문장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16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정부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본 후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조선3사도 일부 영향은 있을 것으로 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기본급을 받는 직원이 일부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에 차등적으로 기본급을 올려 맞춰왔는데, 내년도 인상안에 대해서는 검토를 통해 노조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올 초 노조와 기본급의 800%인 상여금의 300%를 12분의 1로 나눠 매월 지급하는 방안을 합의하며 대응했다. 나머지 상여금은 연말과 7월말에 각각 200%씩, 추석과 설에 각각 50%씩 지급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에 대해 "전체 상여금 상여금 700% 중 100%를 기본급에 포함시키고 격월로 받던 나머지 600%를 매달 지급하는 것으로 노조와 협의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기본급이 미달했던 직원 10~20%는 상여금 등 일부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서 대응했다"며 "결국 총액을 따지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직원이 없지만, 어떻게 계상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기본급이 논의된 최저임금이 인상보다 높아 당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중 기본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상여금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돼 현재 논의되는 최저임금은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불황인 가운데 임금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