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계에 달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데,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점주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겠다는 것 아닙니까." "7만여 국내 편의점 점주를 범법자로 몰아 잡아가겠다는 결정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한 14일, 전국 4만여 편의점 점주들이 가입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의 긴급 대책 모임은 허탈감과 분노로 부글부글 끓었다. "점포 폐업을 가속화시켜 점주와 알바생을 모두 실업자, 빈곤층으로 내몰 것"이란 날 선 얘기도 오갔다. 이들의 목소리는 긴급 성명서에 그대로 담겼다.
15일 업체별로 열린 점주 모임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 알바생 등 우리 사회의 '을(乙)'을 격한 생존 게임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알바생들은 "언제 잘릴지 몰라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乙과 乙의 싸움' 원하지 않아"
전편협에 따르면, 최저임금 시급이 6470원이던 지난해 점주가 부담한 월 평균 인건비는 398만4000원으로, 총매출에서 상품 원가와 본사에 지급하는 가맹비를 제외한 총수익의 41.5%였다. 올해 시급이 16.4% 오르면서 월 평균 인건비는 463만7000원(48.1%)으로 상승했고, 이번에 10.9% 인상돼 내년부터는 514만2000원(53.3%)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인건비 상승 탓에 점주들이 손에 쥐게 되는 최종 수익은 작년 195만원에서 올해 130만2000원, 내년엔 79만7000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계상혁 전편협 공동대표는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이지만 주휴 수당과 4대 보험료 등을 포함하면 실제 지급하는 시급(時給)은 1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했다. 그는 "9700~9800원 정도인 지금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내년에 1만700~1만800원씩 줄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점주 상당수는 일주일에 2명 쓰던 알바생을 6명으로 늘리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주휴 수당을 아끼려는 고육책이다. 주휴 수당은 1주일간 규정 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주는 하루치 수당인데, 이틀씩 근무해 15시간이 넘지 않도록 조정해서 안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요일별로 여러 편의점을 떠도는 '메뚜기 알바'가 속출할 수 있다.
전편협은 "정부가 일자리 안정 자금 같은 실효성 없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카드 수수료 조정 등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을(근로자)과 을(영세 자영업자)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근접 출점이나 과도한 상가 임대료, 불공정 가맹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와 가맹 사업 본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전편협은 16일 확대 전체회의를 열고, 매달 하루 공동 휴업, 내년 1월부터 심야 할증과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 "다 죽으라는 얘기"
골목 상권 자영업자들도 2년 연속 10% 이상 오른 최저임금에 대해 거칠게 비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이렇게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 부부는 폐지 주우며 노후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올해 월 순수익이 100만원도 안 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내년에는 적자 보는 달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2년 새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려버리면 이거 죽으라는 얘기 아닌가" "자영업자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는 각 지역 자영업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참에 무인 주문 기계를 도입하겠다" "직원들 다 내보내고 가게 규모를 줄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근재 부회장은 "중앙회 차원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국회, 청와대 시위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글이 14~15일 이틀간 300여 건 쏟아졌다. 한 40대 카페 사장은 '저는 최저임금 못 지킵니다'라는 글에서 "지금까지 알바생 4명과 일했는데, 다음 주부터 2명 줄인다"며 "정부는 제발 돈 없는 사람끼리 싸우게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