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대학생 강모(23)씨는 최근 어머니가 대학 시절 받았다는 과외비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30년 전 지방의 한 사범대학에 다니던 어머니가 받던 과외비와 현재 자신이 받는 과외비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대상 주 2회 수학 과외를 하면서 어머니는 대학 시절 월 30만원을 받았고, 명문대에 다니는 강씨도 월 30만원을 받는다. 강씨는 "30년 전에는 물가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했을 텐데 과외비가 같았다는 것이 예상 밖"이라며 "과외를 2~3개씩 하는 대학생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과외 중개 사이트를 보면 강씨뿐 아니라 요즘 대학생들의 평균 과외비는 중·고등학생 주 2회 기준 월 30만~40만원 선이다. 과외 학생이 사는 지역과 과외 교사가 다니는 학교, 경력 등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대체로 '주 2회 월 30만~40만원'이라는 시장가격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0년간(1987~2017년) 자장면 값은 6.4배, 목욕료는 6.6배, 시내버스비는 9.3배 올랐다. 고등학생 학원비도 같은 기간 6배 올랐는데 왜 같은 사교육인 과외비는 제자리걸음일까. 가장 큰 이유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증한 점을 꼽는 분석이 많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1988년 전국 대학생 수는 133만명, 올해는 277만명으로 30년간 2배 넘게 늘었다. 반면 초·중·고등학생 수는 1988년 964만명에서 작년 573만명으로 40% 넘게 감소했다. 과외중개사이트 과외가(家) 박형숙 대표는 "저출산으로 초·중·고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대학생은 쏟아지다 보니 과외비 인상은 어렵고, 과외 자리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과외 중개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학부모의 선택 폭이 넓어진 점도 과외비 상승을 가로막은 요인 중 하나다. 대학생들이 선택받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영문과에 다니는 이모씨는 '영어 과외 주 2회 월 9만원'의 저가 전략으로 학생 모집을 하고 있다. 이씨는 "이렇게 해서라도 경력을 쌓아야 나중에 과외 자리를 구하기 쉽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 졸업 후 전문 과외 교사로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과외가 많은 시간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다른 일에 비해 여전히 매력적인 아르바이트여서 '과외비 정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