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시장 압박 속에 이주(移住) 직전 단계에서 멈춰 섰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들이 하반기 잇달아 재개된다. 이들의 이주가 본격화하면 우선 강남권 전셋값을 밀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서울 각 구청에 따르면, 하반기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취득한다. 이미 지난 2일 신반포3차·경남아파트(2196가구), 지난 5일엔 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1350가구)가 각각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9월에는 방배13구역 2911가구가, 12월에는 반포주공1단지와 한신4지구 등이 예정돼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으면, 조합은 이주를 시작할 수 있다.

작년 말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재건축 단지들의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주 시기 결정권을 쥔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와 공조하에 상반기에 인가를 거의 내주지 않았었다. 기다리던 조합들이 인가와 동시에 이주를 서두를 경우 하반기에만 최소 1만3000가구가 전세 수요자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둑이 터지는 것과 흡사한 상황"이라며 "전세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짐은 이미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세금은 0.02% 올랐다. 1월 마지막 주(0.02%) 이후 14주 만의 상승이다. 특히 6월 마지막 주 0.08% 하락했던 서초구 전세 시세는 7월 첫째 주(-0.01%) 낙폭이 대폭 줄어들더니, 이번 주에는 0.14% 상승했다. 서초구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방배5구역 주민 2500가구가 살던 집을 비우고 당분간 살 집을 구하러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과장은 "이번 강남권 전세 시세 반등은 재건축 이주 수요 외에도 매년 새 학기를 앞두고 강남권을 찾는 전통적·계절적 학군 수요가 작용한 것"이라며 "연말에 송파구에서 1만가구 규모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는 등 공급도 많아 반등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