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9%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 들어 고용 쇼크와 무역 분쟁 확대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은도 국내 경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고 본 것이다.

12일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가 상·하반기 각각 2.9%, 2.8%씩 성장해 연간으로는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과 4월 전망치(3%)에서 한 걸음 후퇴한 것으로, 정부 산하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와 같다. 한은은 매년 네 차례(1·4·7·10월) 해당 연도와 이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작년에는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8~2.9%로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민간 소비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며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었다.

이날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2.8%로 내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중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서 수출 여건 악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 전망률 하향 조정의 주된 이유로 고용 부진에 더해 설비·건설 투자의 위축을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설비·건설 투자 성장률은 일부 업종의 투자 지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등의 영향으로 각각 1.2%, -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설비·건설 투자 성장률(각각 14.6%, 7.6%)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 때문에 앞서 주요 경제 연구 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제시한 바 있다. 2.6%까지 내려 잡은 곳(ING그룹)도 있다.

국내 경기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고용 쇼크'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18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32만명)의 56%, 2014~2017년 평균(35만8000명)의 반 토막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