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소확행' 트렌드에 매년 지속 성장
필립스·테팔·드롱기 선전에 모피리처드도 가세

1인 가구 증가 시대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전기주전자·토스터기 등 소형가전 시장이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1인 가구가 점점 더 소형가전의 기능성과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확행’ ‘가심비’ 트렌드를 타고 소형가전 시장이 커지고 있다. 드롱기 토스터기와 전기주전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2015년 글로벌 소형가전 시장은 698억달러(78조원) 규모로 전년보다(643억달러) 7.8%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중 ‘현재 소형가전·가구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1.8%였다. 2014년(46.2%)과 비교하면 소형가전·가구 보유자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가구형태별로 보면 1인 가구의 소형가전·가구 보유 비율이 66%로 2인 가구(60.2%), 3인 가구(61.5%)보다 높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형가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형 가전을 구매함으로써 집안 분위기와 생활방식(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메그 커피머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도 소형가전 시장을 키우고 있다. 최근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내더라도 구입했을 때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기능만 보는 게 아니라 디자인·인테리어 등 감성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한다”며 “이런 이유로 드롱기 토스터기, 스메그 커피머신 등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외국 브랜드 소형가전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가 지난 5월 출시한 소형 냉장고.

현재 국내 소형가전 시장에선 필립스·테팔·드롱기 등 외국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 소형가전업계에 따르면 700억원 규모의 전기주전자(400억원)·토스터기(300억원) 시장을 필립스와 테팔, 드롱기가 주도하고 있으며, 70억원 규모의 다리미 시장을 필립스와 테팔이 양분하고 있다. 올해 70만~80만대 판매가 예상되는 무선청소기 시장은 다이슨과 LG전자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의 지난해 한국시장 소형가전 매출은 전년보다 51% 늘었다. 복고풍 콘셉트의 반죽기, 블렌더, 전기포트, 토스터기, 착즙기, 커피머신 등을 한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핸드블렌더, 소형 냉장고 등 소형가전 제품군을 추가로 출시했다.

필립스 다리미(왼쪽)와 모피리처드 다리미.

국내 소형가전 시장 성장세를 보고 영국 소형가전 브랜드 모피리처드도 12일 한국시장에 첫 진출했다. 모피리처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82년 전통의 소형가전 브랜드다. 영국 내에서 일부 다리미·전기주전자·토스터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20~30%에 달한다.

아담 피어스 모피리처드 판매담당 매니저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월등히 높은 한국시장은 서양 문화와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된다”며 “모피리처드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주전자·토스터기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보고 한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전 브랜드 ‘모피리처드’는 한국 소형가전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보고 12일 한국시장에 첫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