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공시 누락, 중대하게 위반"...검찰 고발, 임원 해임 권고
핵심 쟁점 지배력 변경은 판단 유보...금감원에 재감리 요청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12일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감리조치안을 심의한 결과, 바이오젠에 부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등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 및 임원 해임 권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삼바의 핵심 회계기준 위반 사항으로 지목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종속회사→관계회사)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않고 사실상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임시회의에서 삼바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함으로써 투자주식을 임의로 공정가치로 인식하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주주 간 약정·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고의로 누락했다”

증선위는 이날 금감원이 제기한 두 가지 혐의 중 공시 누락의 문제점만 인정했다. 금감원이 특별 감리를 통해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 공동 주주인 미국 바이오젠과 체결한 약정 사항에 대해 공시를 누락했다는 점 △바이오젠에 부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 등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는데 이를 수용한 것이다.

앞서 삼바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기술개발비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바이오젠과의 주주 간 약정을 공시하지 않았다. 이미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단계부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사실을 2015년 가서야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

증선위는 해당 공시 누락이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고 또 위반 가능성을 알고도 고의로 누락했다고 봤다. 삼바의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을 조치했다. 감사인(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해당회사 감사업무제한 4년 조치를 내렸다. 또 삼바와 공인회계사의 회계처리기준 등 위반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이 12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핵심 쟁점인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판단 유보’...“금감원 조치안 미흡”

반면 증선위는 삼바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연결기준(종속회사)에서 지분법(관계회사)으로 전환한 것이 분식회계라는 금감원의 조치안을 사실상 ‘기각’했다. 해당 조치안의 논리가 미흡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4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후 2012~2014년 회계처리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금감원에 감리 조치안 보완을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와 관계회사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증선위는 지적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돼야 하고, 그렇지 않은 행정처분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바의 회계처리 위반 혐의를 더욱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도록 사실상 재감리를 요청하고 이를 별도의 안건으로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삼바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결과, 4년 연속 적자에서 단숨에 1조9049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삼바가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방식을 바꿀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보고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금감원은 감리조치안에서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콜옵션을 비롯한 공시 누락 등 크게 2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부과 등의 고강도의 제재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