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001510)이 새 주인을 찾아 재기(再起)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송사(訟事)가 벌어져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SK증권이 GP(무한책임사원)로서 PEF(사모펀드)를 결성한 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일부 LP(유한책임사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SK증권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심사를 받고 있고 중소기업 IB(투자은행)로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인 상황에서 이번 소송이 평판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지난 5일 SK증권은 리노스·애큐온캐피탈·호반건설·하나금융투자 등 4개사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결성한 ‘워터브릿지SKS’ PEF에 LP로 참여했는데,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투자금 120억원과 법정이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SK증권 자기자본의 2.75%에 해당한다.

SK증권은 워터브릿지파트너스와 함께 2015년 LP를 모아 워터브릿지SKS PEF를 조성하고 화장품 회사 비앤비코리아를 1290억원에 인수했다. 비앤비코리아는 말 기름 성분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 ‘게리쏭(일명 마유크림)’으로 알려진 회사다. 당초 높은 성장세가 예상됐으나 인수 첫해인 2015년 505억원이었던 매출(연결기준)이 매년 감소해 지난해 117억원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5년 213억원에서 2016년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7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비앤비코리아 제품 라인업

소송을 제기한 LP는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비앤비코리아의 실적 악화가 수년째 이어졌음에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핑계로 사실상 방치했다며 GP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아직 PEF 만기가 남아 있지만 그동안의 책임을 묻고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PEF 만기가 아직 2년이 남아 있는데다 올해부터 비앤비코리아가 흑자 전환할 전망”이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대주주 변경 심사가 진행 중인 중요한 시기인데 지금 시점에 왜 이런 소송을 제기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비앤비코리아의 실적이 악화된 것도 중국의 사드 보복 탓이지 회사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고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최종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GP를 상대로 한 LP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SK증권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 이번 소송이 상당한 부담감을 주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당장 이달 중 SK증권의 대주주 변경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SK그룹은 케이프컨소시엄에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10%)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이 컨소시엄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됐다. 이후 J&W파트너스와 협상을 벌여 지분 매각에 합의해 현재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소송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SK증권이 패소하면 손해배상금 부담을 안게 돼 당초 계획했던 실적 개선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SK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절반 이상(62.79%) 줄었다. 주가는 1년 새 1600원대에서 1000원대로 40% 가량 떨어졌다. SK증권은 지난 4월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선정돼 중소기업 IB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