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 어른 2명과 어린이 2명이 동남아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고 생각해보세요. 단순한 비행기표 구매지만 굉장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요. 4인 가족이 휴양지에 쉬러 간다는 의미잖아요. 그러면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상품을 노출시키면 해당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어요?”

2일 서울 강남역 인근 패스트파이브에서 만난 이동건(32)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이용자가 여행상품을 적극적으로 검색하지 않아도 목적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게 경쟁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일 서울 강남역 패스트파이브내 마이리얼트립 사무실에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2년 자유여행객과 해외 현지 한인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한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과 각종 관광지 입장권, 교통권, 숙박, 렌터카를 예약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누적 거래 47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거래액 15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사업 시작 후 처음으로 월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6월에는 월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가 늘어나고 최근 젊은 세대들이 패키지 여행 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면서 자신만의 저비용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항공 일정만 맞추면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 주말에 여행을 즐기고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일정의 해외여행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자유 여행 기회가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네이버펀드, IBK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총 123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마이리얼트립은 올해 5월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항공권 발권 판매승인을 받고 글로벌 항공권 예약중개사 아마데우스와 제휴해 항공권 예약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동건 대표는 이를 통해 마이리얼트립의 자유여행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권 발매 마진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 여행 관련 스타트업들은 돈이 안 되는 항공권 발권과 관련해 차별화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동안 항공권 발권에 도전한 회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리얼트립은 항공권 구매를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한 자유여행객들에게 숙박을 포함한 현지 활동 및 현지 한인 가이드를 추천해줄 수 있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이런 추천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건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다 자유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을 보고 독일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교 4학년 때인 2012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했다. 초기 자본금은 대학교 3학년 때 클라우드펀딩 사업을 통해 모았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시점에 한 창업강좌에서 여행 상품 아이템을 추천받고 차별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라며 “교환학생 시절 현지의 한국인들이 통역이나 지인을 통한 여행 가이드 일을 하며 용돈벌이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초기 현지 가이드 확보 보다는 홈페이지 구축 등 기술적인 면에서 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구상했던 플랫폼을 외주로 구축하는데 시간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었다”라며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다보니 회사 직원으로 개발자를 구하기까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70여명이 넘는 마이리얼트립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시스템 개발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동건 대표는 “지금까지 여행업계에서 기술을 강조했던 회사는 없었다”라며 “일반적으로 여행업계에서는 기술 관련 인력이 회사 구성원의 10%가 채 안 되지만 마이리얼트립은 구성원 절반 이상이 기술자로 대부분 시스템 구축을 내부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동건 대표는 온라인 여행플랫폼의 장점으로 가격이 싸다는 것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의 여행 플랫폼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용자 맞춤형 여행 추천 서비스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인공지능(AI) 스피커에 ‘7월 중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오사카 여행할 수 있도록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스피커에 내장된 AI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행기표부터 현지 숙박, 여행 일정,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 등을 원스톱으로 제안해 주는 식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동건 대표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인 익스피디아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은 해외로 나가는 국내 자유여행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술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와 외국어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익스피디아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