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을 준다. 공정위 업무 외 경제 전반에 대한 질문에도 거리낌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한다. 그의 답을 듣다 보면 'J노믹스'의 숨은 설계자 같은 느낌이 든다. '재벌 저격수'로 불린 시민단체 시절 언론을 우군으로 삼았던 행태가 몸에 배어서 그런지, 위원장이 된 뒤에도 언론을 적극 활용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가진 인터뷰에서도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혁신성장의 성공을 위해 촛불 정부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1년 경제 운용에 대해“정부도 반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국민이 참고 기다려줄 시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 잡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며“대통령도 2년 차를 맞아 규제 혁신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1년을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개 축으로 돼 있는데 따로 움직이면 필패(必敗)한다. 같은 속도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인수위도 없이 급하게 출범한 정부다 보니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1년간은 3개 축이 같은 속도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반성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보여준 실력을 봤을 때 앞으로도 잘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2018년 하반기부터는 경제 환경이 굉장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내용이나 체계는 지난 1년간 확실히 체계화됐지만 불안한 것은 성과를 낼 시간적 여유가 짧게는 6개월, 길게 잡아도 1년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감, 초조감이 크다. 지난 1년간은 외교·안보 이슈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정부의 성패는 경제 문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난 1년간 국민들은 과거 정부와 비교해서 지금 정부를 평가했지만 2년 차부터는 비교 대상이 현 정부 자신이다.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대통령도, 모든 경제부처 장관들도 잘 알고 있다."

―혁신성장이 가능하려면 '규제 개혁'이 필요한데, 진보 진영에선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규제 혁신이 안 되는 중요한 이유는 (시민단체들의) 신념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자기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다 담을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고민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결단을 의미한다. 대통령도 규제 혁신 없이는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편 특위가 발표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 확대 등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크다.

"특위안은 참고 자료일 뿐이다. 7월 말 발표할 정부안에서는 내용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 등 진보 진영에서 반발하지 않겠나?

"진보·보수 양쪽에서 비판받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안이 나오면 재계는 거칠다고 할 것이고 시민단체는 이거 하려고 그 난리를 쳤느냐고 비판할 것이다."

―총수 일가에게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팔라고 했는데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발상 아닌가?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 한국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을 뿐이다. 우리 기업들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법령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그 회사를 미래의 주력으로 키운다는 비전, 총수 일가가 그 주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게 안 되면 방법을 찾아 달라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지배구조 개선이나 비즈니스 쪽에서 성공 신화가 필요하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현대차 부회장), 최태원(SK 회장), 구광모(LG 회장), 신동빈(롯데 회장)의 이름으로 직접 나서 달라. 최고 결정권자인 이들이 제품 시연만 할 게 아니라 자기 이름을 걸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운신 폭이 굉장히 넓어지고 시민사회의 인내심도 커질 것이다. 이게 내 유일한 요청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는 얘기냐?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주주들이 반대하자 취소했다. 그때 정의선 부회장이 자기 이름으로 보도 자료를 내고 '어떤 구조 개편도 주주와 시장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하겠다'고 했었다. 작은 변화지만 중요한 변화다.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해라, 배당만 받는 대주주가 되라는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