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은 외교·안보 이슈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정부의 성패는 경제 문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지금 너무 초조합니다." 시민단체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고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서 '절박', '초조', '위기'란 단어가 여러 차례 튀어나왔다. 김 위원장은 "올 하반기부터 경제 환경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성과를 낼 시간적 여유가 짧게는 6개월, 길게 잡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브레인에게 지난 1년간 경제 운용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자 마련된 인터뷰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참고 기다려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을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고 있고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할 정도로 절박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2년 차를 맞아 규제 혁신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지층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규제 혁신 없이는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규제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층인 진보 진영의 반발이 불가피한데 이를 감수하고 정면 돌파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에 대해서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세 축이 따로따로 움직인 측면이 있고 정부도 반성하고 있다"며 "이제는 아귀가 맞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 방향과 관련,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비즈니스 쪽에서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며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신동빈의 이름으로 직접 나서달라"고 했다. 재벌 총수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지배구조 개선이나 새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희망을 보여달라는 주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