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우려에 최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 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신흥국발(發) 금융 위기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조홍래(57)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길게 보면 현재 상황은 경기 변동 사이클상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부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투자 키워드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 4차 산업혁명, 퇴직연금 운용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조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 부동산 투자 지금이 적기"

조 사장은 우선 투자의 시계(視界)를 해외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선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투자 지역을 분산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해외 투자는 필수"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 중에서도 그가 '꽂힌' 것은 일본 부동산 투자다. 그의 방 한쪽 화이트보드엔 도쿄 내 주요 지역을 표시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조 사장은 "일본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空室率)은 2~3% 수준"이라면서 "이 정도면 세입자가 바뀔 때 건물 인테리어 공사 기간 정도만 비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낮은 공실률과 함께 일본이 '제로(0)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지금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보통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땐 투자 비용의 절반가량은 현지에서 대출로 조달하는데, 일본은 금리가 낮아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4%쯤인 임대수익률에 낮은 비용으로 조달한 대출을 더해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로 연평균 6.5~7%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현재 시장 변동성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장기(長期)를 내다보고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장기 투자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 키워드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 4차 산업혁명, 퇴직연금 등을 제시했다.

물론 개인이 직접 해외 부동산 투자하긴 쉽지 않다. 조 사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가 속속 나오고 있어 이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한 예로 한투운용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일본 도쿄 아리아케센트럴타워 투자 펀드는 나흘 만에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1400억원가량이 몰리며 '완판'됐다. 조 사장은 "지금도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말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중장기 관점에서 봐야

조 사장은 '4차 산업혁명'도 투자의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을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테마'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중요한 화두"라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새로운 기술 개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도 스마트 농업, 헬스케어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기업, 지속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시장 대응력이 우수한 기업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 높여야"

'퇴직연금 전도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조 사장은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퇴직연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만으로는 갑자기 줄어드는 노후 소득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퇴직연금을 잘 굴려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을 잘 굴리려면 예금 등 원금 보장에만 관심을 두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작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지는 DC(확정기여형)의 경우에도 평균 2.5%에 불과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1.5%쯤에 불과한데도 대부분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평균 6.6%였다. 그는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지 않으면 가난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다"며 "원금보장형으로만 운용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Target Date Fund)'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으로 정해놓고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조 사장은 "업무로 바쁜 직장인이 퇴직연금 운용 지시를 제대로 하긴 쉽지 않다"며 "운용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TDF를 활용하면 퇴직연금 관리가 한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