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 자금 635조원, 국민연금 수익률이 올 들어 1%대로 추락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 국내 증시 횡보세 등 대내외 악재의 영향도 있지만, 코드 인사 논란과 사령탑 부재, 적폐 시비에 따른 우수 인력 이탈 등 자중지란 상황이 수익률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9일 국민연금 공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해 1~4월 수익률은 0.89%로 추락했다.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1.66% 수준이다. 작년에 거둔 수익률(7.28%)의 4분의 1도 안 된다.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2.0~2.25%)보다도 낮다. 국민연금의 저조한 성과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운용 전략을 새로 짤 컨트롤타워가 없는 영향이 크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은 "일반 자산운용사도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없으면 안 굴러가는데, 거대 공룡인 국민연금에 기금운용본부장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운영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자금 운용 방향을 정해주고 책임을 질 사령탑이 없다 보니 수익률도 저조한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초 기금운용본부장을 맡은 강면욱 전 본부장은 국내 주식 투자 전략을 '대형주 위주' '패시브(시장 지수 추종 전략)'로 전환시켜 2015년 1%대였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을 2016년 5.64%, 2017년 상반기 21.13%로 끌어올린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나빠진 올해는 전략 수정이 필요한데 지금 국민연금에선 그런 결정을 내릴 책임자가 없다"고 했다.

1년간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빈 원인은 청와대의 '코드 인사'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권유로 공모에 응했다가 석연치 않게 탈락해 '코드 인사' 논란을 촉발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조직 전체가 적폐 시비에 휘말리면서, 기금운용본부장뿐 아니라 주식운용실장, 채권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등 주요 투자 실장 5자리 중 3자리가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