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7)씨는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여윳돈 3000만원가량을 투자한 베트남 펀드 때문이다. 베트남 경제성장이 가파르고 증시가 호황이라는 말에 작년 말 돈을 넣었다. 이후 펀드 수익률은 꾸준히 상승해 올해 4월 중순 20%에 도달했다. 김씨는 4개월여 만에 600만원 가까운 수익(세전)을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곧 베트남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9일 기준 -9.34%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신흥국 펀드, 줄줄이 마이너스

지난해나 올 초 베트남 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빼지 못한 사람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3개월 수익률이 한때 30~40%에 달하던 펀드가 한 달 넘게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특정 지역 및 국가별 펀드 중에서 올 들어(지난 6일 기준) 가장 많은 돈이 들어온 곳이 베트남 펀드다. 6300억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하지만 수익률은 19개 펀드(글로벌 펀드 제외) 중 브라질(-13.1%)과 중남미(-12.3%)에 이어 뒤에서 셋째(-10.4%)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15종류의 베트남 펀드 중 그나마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UH[주식]_S-P)이 -5.14%다. 부쑤언토 삼성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대표 지수인 호찌민 증권거래소 VN지수가 작년에 이어 올해 4월까지는 급등했으나 이후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지수가 크게 흔들려 수익률이 많이 나빠졌다"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올 4분기에는 반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투자하는 '신흥아시아 펀드'의 올해 수익률도 -7.6%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펀드도 경제지표 둔화와 위안화 약세 등의 악재까지 겹쳐 수익률이 크게 나빠졌다. 올해 수익률이 -9.6%로 베트남에 이어 넷째로 안 좋은데,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2.3%로 가장 나쁘다. 올 상반기 펀드 수익률은 신흥 시장이 전반적으로 -10% 안팎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그나마 -7.9% 수익률을 보인 인도 펀드가 나은 편이었다.

펀드 수익률 승자는 미국

러시아는 올해 월드컵 개최와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신흥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0.8%)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해 월드컵 개최국들에 비해선 성과가 저조한 편이었다.

올해 베트남에 이어 둘째로 자금 유입액이 컸던 '북미 펀드'(2254억원)에 투자한 사람들만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북미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3.6%로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KODEX합성-미국 바이오테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경우 올해 수익률이 17.7%에 달한다. 작년과 올 초 글로벌 증시가 대부분 상승 곡선을 그릴 때, 선진국 대표 주자(미국)와 신흥 시장 대표 주자(베트남)로 양분된 투자자 간 수익률 승부에서 현재까지는 '미국파'가 완승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미 펀드 수익률은 길게 봤을 때(5년 76.4%)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편이다.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올 하반기 선진·신흥 시장 투자 비중을 8대2로 권하고 있고, 선진 시장 80% 중에서도 미국 비중이 60%를 차지할 만큼 미국 증시의 전망은 세계에서 가장 밝다"며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연내 10~20%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