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34)씨는 교대 근무 때문에 새벽 일찍 회사로 출근했다. 하지만 회사 입구에서 출입증이 인식되지 않아 순찰을 나간 경비원을 20분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다. 스마트폰 케이스 뒤쪽에 출입증을 꽂아놓고 무선 충전을 한 탓에 과전압으로 망가졌던 것이다.

최신 기기에 무선 충전 기능이 탑재되면서 무선 충전기 판매량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충전할 때 무선 충전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충전할 때마다 코드를 끼워야 하는 불편없이 그냥 거치대 등에 올려놓기만 해도 되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러나 A씨처럼 신용카드나 IC칩이 내장된 신분증을 스마트폰 케이스에 끼워 사용할 때 카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케이스 뒤편에 카드를 끼워넣고 무선 충전기를 사용하면 화재나 카드 훼손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버스카드·신용카드·도어락카드는 대량 생산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NFC·RFID(주파수를 이용해 아이디를 식별하는 전자태그) 카드를 사용한다. 무선 충전기가 무선 충전을 위해 내뿜는 자기장이 카드에 열을 가할 수 있다. 과열이 되면 카드 정보가 훼손되거나 심할 경우 화재 위험성도 존재한다.

박영진 한국전기연구원 융복합의료기기연구센터장은 “일회용 카드의 경우 한 번만 올려놔도 모든 정보가 날아갈 위험이 크다”며 “신용카드나 버스카드 모두 훼손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처음에는 잘 인식되던 버스 카드가 점차 인식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조금씩 훼손이 돼 종국에는 사용이 불가능해지지만 사용자는 잘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마치 은근히 달아오르는 물 속에 있던 개구리가 물이 끓을 때까지 뜨거움을 못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취업준비생 B(29)씨는 “어느순간 잘되던 버스카드가 잘 안 찍히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그냥 버스카드 위치를 잘못 찍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선 충전기 때문에 훼손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영진 센터장은 “가끔 특별 주문으로 만들어진 비싼 칩의 회로를 쓰는 카드가 있는데 과전압 차단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쓰는 버스카드는 장기적으로 계속 무선 충전기에 올려놓을 경우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는 스마트폰 앞쪽에 카드를 넣는 덮개 케이스 사용을 추천한다. 무선 충전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단말기 액정을 뚫지 못하기 때문에서다.

박영진 센터장은 “단말기 위쪽에 카드를 넣는 덮개 케이스는 단말기 뒤편을 무선 충전기 위에 올려놓으면 카드 훼손 없이 충전이 가능하다”며 “전자파가 단말기 액정을 뚫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무선 충전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우려도 나온다. 아무리 미미한 전자파라도 인체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는 전자파에 관한 건 심리적인 문제라고 일축한다.

조인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이미 무선 충전기 개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 설계한다”며 “하지만 문제는 전자파가 조금 나오고 많이 나오는 것보다 인체에게 전자파가 뿜어진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심리적으로 크게 와닿을 수 있다. 그럼 심리적 문제 때문에 어지러움을 호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