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동북아 에너지 패러다임을 3가지 D-요소(factor)가 기저부터 바꿔놓고 있다.

첫 번째는 '탈탄소(Decarbonization)'의 보편적 흐름이다. 지난해 글로벌 신규 발전시설의 70%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채웠다. 기술발전과 가격인하, 그리고 탄소에 대한 세계적 압박을 감안할 때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세기를 지배해왔던 석유는 '피크타임 수요'가 줄어들며 '황금시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그 틈새를 상대적으로 청정한 천연가스가 채우고 있으며 원자력 역시 같은 이유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두 번째 D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이다. 디지털 혁명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동력으로 에너지 자체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일명 에너지 인터넷이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결합하며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고 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인류가 최초로 에너지를 만들어 냈는데 이는 바로 빅데이터"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세 번째 D는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에 적용되는 독특한 변수로 '데탕트(Detente·긴장 완화)'를 상징한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한러 정상회담 등은 동북아와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에너지 지정학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철도-가스-전력망으로 연결되는 한국, 북한, 러시아 3각 협력 논의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아울러 몽골의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중국, 한국, 일본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기술적 타당성은 상당부분 검증된 상태로 한-중 라인의 정부 간 협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기에 셰일가스 덕분에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한 미국이 동북아 에너지 지정학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입국 1·2·3위가 몰려 있는 동북아 시장에 미국산 가스와 러시아산 가스가 경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려 깊은 전략으로 대한민국의 선취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