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존스턴 유라시아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취약한 에너지 상황은 한국과 미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기 공급률이 30% 이하인 것은 한국과 미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로버트 존스턴 유라시아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018 미래에너지포럼 기조연설과 인터뷰에서 "에너지 산업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있다.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당근(인센티브) 역할을 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과 중국·러시아·일본·몽골의 전력망을 연결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체계를 구축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에 미국을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글로벌 정치·경제 컨설팅 업체다.

최근 열린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면 북한의 에너지망 건설 등을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존스턴 CEO는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은 한국의 에너지 공급처를 확대하고 에너지원을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석유, 신재생에너지로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소비자에게는 풍력·전력·태양광 등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러시아·중국과의 연결성을 강화시켜주는 이득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존스턴 CEO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북한의 정치적 문제, 각국의 국가 우선주의 때문에 단계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여서 정부가 주도하고 전력회사를 포함한 기업들도 참여해야만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참여도 강조했다. 존스턴 CEO는 "미국에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알게 됐을 때 자칫 미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달리 직선적이고 독단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기후환경이 큰 당근이 되지 않는 점도 언급했다. 존스턴 CEO는 "양자협약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나 미국 경제성장과 고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동맹보다는 중국과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기 원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러시아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LNG 수입을 늘린다면 사업을 지원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존스턴 CEO는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원전을 한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명확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탈원전할 필요가 없다"며 "신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커 원자력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안보에서 연료의 다양성이 중요한데 한국은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높은 대신 수력, 풍력, 태양광 에너지 생산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