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남 최남단 섬 욕지도(欲知島). 섬 앞바다에 설치된 지름 25m짜리 원형 가두리에 올라선 문종열 남평영어조합법인 대표가 펄떡거리는 몸길이 25~30㎝짜리 고등어 10여 마리를 가두리 안쪽으로 던졌다. 수면 아래서 검푸른 물체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초 뒤, 몸길이가 1.3m쯤 되는 푸른 등의 참다랑어들이 순식간에 수면 근처로 치고 올라와 고등어를 낚아챘다. 시속 80㎞로 사라진 참다랑어 수십 마리가 일으킨 파도에 가두리가 휘청거렸다.

6일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남평영어조합법인 직원들이 가두리 양식장에 참다랑어 먹이로 고등어 수십 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몸길이 1.3m가량의 참다랑어 4000여 마리를 양식한다.

남평영어조합법인은 2012년부터 그물이 수면 아래 35~40m에 이르는 가두리양식장 10여 곳에서 참다랑어 4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2년 전 몸무게 1~3㎏였던 참다랑어 치어(稚魚)들이 몸통 둘레가 1m를 넘는 30~40㎏짜리로 성장했다. 인근 홍진영어조합법인의 가두리 10여 개에서도 참다랑어 2500여 마리가 자라고 있다.

두 업체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참다랑어를 대량 출하한다. 원양어선이 잡자마자 꽁꽁 얼려 국내로 들여온 냉동 참다랑어가 아닌 국내에서 양식한 냉장 참다랑어가 상업용으로 대량 유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 빅마켓은 "남평영어조합법인이 키운 욕지도산(産) 냉장 참다랑어를 16일부터 금천·도봉·영등포·신영통·킨텍스점 등 5곳에서 판매한다"고 8일 밝혔다. 250g에 2만9900원이다. 홍진영어조합법인도 호텔 등에 참다랑어를 공급한다. 이 업체는 2007년 치어를 사와 키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태풍으로 참치가 사라지고 추위로 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랑어류 어획량 1% '귀한 몸'…성격 예민해 치어 생존율 3%

참다랑어는 2016년 전 세계 참치(다랑어류) 어획량(579만t) 가운데 1%(4만800t)도 채 되지 않는 귀한 수산물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은 전 세계 바다에서 약 1100t의 참다랑어를 잡고, 3500t(약 1200억원 상당)을 수입했다. 참치라고 불리는 어종 중에는 참다랑어·눈다랑어·황다랑어·가다랑어 등이 있고 참다랑어가 이중 가장 비싸다. 별명이 '참치의 왕'이다.

참다랑어는 양식하기가 어렵다. 지승철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성질이 급해서 뜰채로 건드리면 이튿날 물 위에 둥둥 떠버린다"며 "1970년대부터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한 일본에서도 치어가 성체까지 될 확률이 3~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출하를 위해 물 밖으로 꺼낼 때도 반드시 낚시로 잡아 올린다. 그물을 쓰면 참다랑어가 전력으로 도망가느라 체온이 30도까지 올라 육질이 푸석푸석해진다는 것이다. 홍석남 홍진영어조합법인 대표는 "푸석푸석하면 최고급 횟감으로서의 상품 가치가 없어진다"고 했다.

저수온·태풍·적조 견디고 '바다의 로또'로 성장

2007년 홍진영어법인조합이 3㎏짜리 치어 11마리로 시작한 국내 참다랑어 양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온이 9도 밑으로 떨어지는 남해의 겨울을 버티지 못한 치어들이 이듬해 모두 폐사했다.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욕지도를 관통했을 때는 수면 아래 어망이 찢어져 애써 키운 80~140㎏짜리 참다랑어 210여 마리가 전부 도망갔고, 2013년에는 적조 여파로 참다랑어 씨가 말랐다. 이 과정에서 2011년 6곳이었던 참다랑어 양식 업체가 3곳으로 줄었다. 그러나 태풍과 적조가 비켜간 2016~2017년 2년간 새끼 참다랑어들이 30~35㎏까지 성장했다. 홍 대표는 "대형 태풍과 적조가 없었던 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고 말했다.

식성이 좋은 참다랑어는 하루 두 차례 먹이를 먹는데, 1000마리가 한 끼에 고등어 1t을 먹어치운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치어가 몸무게 8㎏를 넘기면 폐사율이 2%로 낮아진다"고 했다. 과거 일본에서 마리당 20만원에 사왔던 새끼 참다랑어는 30㎏이 된 지금 160여만원(㎏당 5만5000원)에 팔려나간다. 참다랑어 양식은 치어까지 생산할 수 있어야 완성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참다랑어 양식을 해왔고, 치어 생산 기술도 있다. 우리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치어 연구를 하고 있다. 2015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정란을 치어로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제주도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