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면 5년 안에 '한 해 신생아 30만명'선도 무너진다. '둘 이상 낳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형편이 안 돼 그만큼 못 낳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5일 "원하는 대로 낳을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며 9000억원짜리 보따리를 풀었다. "지금까지 주로 보육 지원에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생애 주기에 맞춰 종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우선 이직이 잦은 비정규직·파견사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이 없는 자영업자 산모에게도 출산 후 석 달간 월 50만원씩 출산급여를 주기로 했다. 연간 5만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제까지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산모만 누리던 혜택이다.

또 신생아 의료비 중 선천성 대사 이상 선별 검사 50여종 등 건강보험이 대주는 항목을 늘려서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래픽=김현국

첫돌 안 된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갈 때 부모가 내는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을 현행 21~42%에서 5~20%로 줄여주기로 했다. 감기 걸린 아기를 동네 의원에 데려갈 때 지금까지는 부모가 초진 진찰료로 3200원을 냈지만 앞으로는 700원만 내면 된다. 출산 후 1년간 아이 때문에 부모 지갑에서 나가는 병원비를 평균 16만5000원에서 평균 5만6000원으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이런 방식으로 만 1세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0원'으로 만들겠다고 저출산위는 밝혔다.

다음 단계로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 최대 2년간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시간을 줄여주기로 했다. 집에 일찍 간다고 월급이 쪼그라들지 않게 하루 1시간까지는 기존 임금을 100%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쓴 뒤 다른 한 사람이 육아휴직에 들어갈 때 두 번째 사람에게 첫 석 달간 보전해주는 월급도 현행 월 200만원에서 월 250만원으로 한도를 올려주기로 했다.

돌봄 서비스도 강화한다. 어린이집 수를 국공립은 매년 450곳씩, 직장은 135곳씩 늘려나가기로 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됐을 때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초등학교 빈 교실을 속속 돌봄 공간으로 전환시키고, 초등학교 1~2학년뿐 아니라 그 위의 학년까지 차차 대상을 늘려가기로 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도 지금까지는 3인 가족 기준 월 수입 442만원 이하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53만원 이하 가정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이돌보미 처우를 개선해 돌보미 숫자를 2만3000명에서 4만3000명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저출산위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지금까지 써온 돈이 연 2조2000억원인데, 앞으로는 연 9000억원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과연 획기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뭐라도 하는 쪽이 낫기는 한데,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해봤자 한국이 처한 비상사태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현장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못 미덥다는 의견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기업과 어느 정도 협의가 됐는지 해당 부처 관계자들도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