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은 최근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 국내 투자의 10% 수준에 불과했던 해외투자는 최근 30%를 웃돈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 투자 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본지가 20대 그룹 재무·전략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국의 투자 환경이 경쟁국과 비교해서 '나쁘다'(10곳) '아주 나쁘다'(2곳)는 답이 60%였다. 나머지 7개 그룹은 '비슷하다'고 했고, '좋다'는 응답은 1곳뿐이었다.

투자 환경이 나쁜 이유에 대한 주관식 물음에 기업들은 '규제'와 '반기업 정책·정서'를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각각 6개 기업이 그렇게 답했다. 10대 그룹의 한 재무 담당자는 "돈이 있어도 막상 새 사업을 하려고 보면, 대기업이라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며 "규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담당 부처들을 돌다보면 진이 빠진다"고 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에서 생산시설을 지으면 정부 관계자와 주민들이 모두 환대하는데, 우리 나라에선 '골목 상권 죽는다'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한다"며 "투자할 맛이 안 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노사 문제'를 꼽은 기업도 4곳 있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와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지원책'(13곳)이 필요하다고 기업들은 응답했다. 그다음은 '규제 완화'(3곳)였다. '재계와의 소통'(2곳)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 마련'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4대 그룹의 한 대관 담당자는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 단체들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기업 입장을 정부에 전달할 창구가 없다"며 "정부 담당자들도 기업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단일 기업 차원에서 하기 힘든 분야는 국가가 앞장서서 이끌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