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중국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 CNBC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아마존이 중국에서의 대출 사업을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섰다"며 "중국 중소 쇼핑몰 업체들에 대출을 해주면서 아마존 서비스에 입점시키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지난 2004년 중국의 전자 상거래 업체 조요닷컴을 7500만달러(약 850억원)에 인수해 중국에 진출했지만, 알리바바·징둥닷컴 등 현지 업체에 밀렸다.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이 0.7%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에는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미국보다 60달러나 싸게 중국에 내놨지만, 중국의 콘텐츠 규제 정책으로 음악·동영상을 중국 유료 회원에게 제공하지 못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아마존은 실패를 거듭하는 중국 시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출 서비스라는 카드로 재도전하는 것이다.

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중국 재(再)진출의 길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중국 정부는 8~9년 전부터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규제로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을 차단했다. 중국 이용자가 검열받지 않는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터넷판 만리장성을 쌓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3년간 중국이 차단한 웹사이트가 1만3000건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IT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 투자, 사회 공헌 등 친(親)중국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진출의 우회로를 만들려는 것이다.

◇중국에 재도전하는 미국 IT 기업들

구글은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 첫 아시아 인공지능(AI) 연구 센터를 설립했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해 홍콩으로 사무실을 철수한 지 8년 만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중국 국립대학 칭화대가 신설한 AI 센터에 제프 딘 구글 AI총괄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중국의 AI 연구 지원에 나선 것이다. 구글은 대(對)중국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 1월 중국에서 9000만 명의 사용자를 가진 e스포츠 중계 업체 '추서우TV'에 1억2000만달러(약 1346억원)를 투자했고, 최근에는 징둥닷컴에 5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했다. 연이은 투자의 노력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구글 지도의 중국 본토 서비스를 8년 만에 허용했다.

2009년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와츠앱 등 주요 서비스가 중국에서 차단된 페이스북은 최근 하드웨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자(子)회사 오큘러스에서 개발한 가상현실(VR) 기기에 샤오미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Mi VR 스탠드얼론'을 중국에 출시했다. 지난 5월에는 '컬러풀 벌룬'이라는 사진 공유 앱(응용프로그램)을 중국에 출시했다. 이 앱의 제작사는 '영LLC(Young LLC)'라는 중국 업체로 표기됐다. 페이스북은 중국 개발사와 제휴를 맺고,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앱을 중국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애플은 올해 상하이와 쑤저우에 신규 연구·개발(R&D) 센터를 추가로 설립했다. 이미 베이징과 선전에는 애플의 연구·개발 센터가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은 판매하고 있지만, 아이북스·아이튠즈와 같은 아이폰의 핵심 서비스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 막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베이징대학 등 4개 대학에 AI 관련 강의를 개설할 예정이다. 향후 중국의 젊은 엔지니어를 위해 인공지능 관련 250여 개 강의를 제공하는 온라인 단과대도 개설할 계획이다.

◇미국보다 3배 큰 중국의 인터넷·모바일 시장

미국 기업들이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는 중국이 세계 최대 인터넷·모바일 시장이기 때문이다. 14억여 명의 인구 대국인 중국은 현재 LTE(4세대 이동통신) 사용자가 10억8000만 명, 모바일·인터넷 사용자가 12억2000만 명에 달한다. 작년 전자 상거래 규모는 1조1000억달러(약 1233조원)로 미국의 2배였고, 모바일 간편 결제 건수도 미국보다 50배 정도나 많았다. 게다가 중국은 전 세계에서 최첨단 기술이 가장 빨리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베이징·선전·상하이·항저우과 같은 대도시에서 자율주행차·AI 의료·AI 안면 인식 같은 최첨단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IT 흐름을 놓쳤다가는 당장 세계 기술 패권 전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엄격한 검열에도 방대한 시장을 버리기 싫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어떻게든 중국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