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OE, 시장 가격보다 10% 낮춰 패널 공급…"출혈경쟁"
"LCD 생산 과감히 접고 OLED 전환투자 서둘러야"

한때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텃밭이었던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을 중국계 기업들이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출구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특히 LCD 분야 매출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이 LCD 생산라인을 폐쇄하거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하루 빨리 전환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핵심 LCD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전년보다 약 2700억원 이상 감소한 18조91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1조3000억원 가까이 매출이 줄어들었다.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면서 LG디스플레이의 현지 사업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중국 푸저우에 위치한 BOE의 LCD 생산라인 B10.

세계 LCD 시장을 가혹한 ‘치킨게임’(죽기살기식 가격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장본인은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다. 이 기업은 한국 업체들이 아직 보유하고 있지 못한 10세대급 대형 공장을 순조롭게 가동해 LCD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며, 가격 또한 시장 거래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공급과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BOE가 주요 TV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시장 평균 가격보다 10% 이상 낮은 단가로 공급하고 있다"며 "다른 LCD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할수록 손해를 보는 출혈 경쟁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BOE의 LCD 공급량 확대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BOE는 중장기적으로 총 3개의 10세대급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며, 현재 우한에 비슷한 규모의 10.5세대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HKC, 폭스콘 등도 다른 중국계 기업들도 10세대 공장 설립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년부터는 시장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LCD 업체 입장에서는 비관적인 상황이다. 이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최대의 LCD 기업인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라인을 폐쇄하거나 아직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한 OLED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LCD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서 갑자기 일시적으로 호황 국면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7 라인에서 LCD 생산을 중단하고 OLED로 품목을 바꾸면서 LCD 시장이 호전된 것이다. 이는 신규 OLED 투자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LCD 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OLED로 전환하는 카드를 고민 중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는 오히려 LCD 라인 폐쇄 및 OLED 전환 투자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계기"라고 진단했다.

과거 LCD 사업부가 일정하게 수익을 냈던 상황에서는 OLED 전환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LCD 사업부 수익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현 시점이 기업 가치 전환을 할 수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