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4일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경계감 속에 보합세를 이어가다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30포인트(0.32%) 내린 2265.46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81포인트(0.08%) 내린 2270.95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중 2280.81까지 올랐다가 오후 한때는 2261.34까지 떨어지는 등 불안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한 시점(7월6일)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이 전혀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국내 증시를 비롯해 신흥국 시장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6일 기계·자동차·전자 등 818개 품목에 34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 역시 같은 날 자정부터 농축산·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같은 금액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로이터 통신을 통해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는 6일을 전후해 미중 무역분쟁 경계감이 극에 달하면서 주식시장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 환율 진정되고 외인 나흘째 샀지만...미중 무역분쟁 우려에 관망세 지속

원·달러 환율이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외국인도 증시에서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증시 반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일 종가보다 4.2원 내린 달러당 111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날 29일(1114.5원) 이후 닷새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290억원, 외국인은 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153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까지 기관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식선물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163계약, 199계약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34계약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 44억원 순매수, 비차익거래 1174억원 순매도로 전체 1129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 삼성전자(005930)(0.22%), NAVER(035420)(2.81%), 삼성물산(028260)(0.89%) 등은 오른 반면, SK하이닉스(000660)(-1.28%), 셀트리온(068270)(-3.8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75%), 포스코(-2.87%), KB금융(105560)(-0.19%) 등은 하락했다. 특히 현대차(005380)(-2.05%)는 11만9500원을 기록, 2010년 4월19일 이후 8년여 만에 종가가 12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수입 자동차 관세 방침과 더불어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39포인트(0.43%) 오른 799.1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0.65포인트(0.08%) 내린 795.06으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802.92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총 상위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4.75%), 바이로메드(-2.93%), 에이치엘비(-0.45%), 스튜디오드래곤(253450)(-0.71%), 셀트리온제약(068760)(-1.26%), 펄어비스(-1.46%), 포스코켐텍(-0.11%) 등 대부분 하락했다.

조선DB

◇ 중국 마이크론 사태에 한국 반도체株 ‘들썩’

중국 법원이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 제품 판매를 잠정 금지하면서 국내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에 UMC와 중국의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가 동사 특허와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UMC 는 이에 맞서 올해 1월에 중국에서 획득한 지적재산권을 마이크론이 침해했다며 중국 내 판매 중단과 2억7000위안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중국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전날 중국 지방법원은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이 중국에서 판매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 발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각각 5.5%, 1.8% 하락했다.

중국 시장점유율이 높은 마이크론의 판매 중단으로 중국 내 반도체 수급이 줄고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대체재가 될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일부 수혜 예상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국 반도체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더 많다. 마이크론의 매출 중 절반 가량은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이 시장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외 미국, 유럽 지역에서 출하를 크게 늘리는 한편, 대만 등지의 현물시장으로 출하량을 증가시켜 이를 중국으로 재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란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에 유리한 복잡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 국내업체에 득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마이크론 제재는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분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수단일 수 있고 또 자국 내 셋트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디램(DRAM) 가격 조정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며 “또 자국 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수월한 기술 확보라는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