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재건축 규제로 아파트 값이 내렸을 때 서둘러 증여를 해야 할까요?" "부모님이 다주택자인데, 미리 증여를 받는 게 나을까요?"

최근 정부가 보유세 개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부동산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증여에 대한 질문이 부쩍 늘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세무법인에도 부동산 사전 증여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 규제 여파로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 거래가 위축됐지만, 증여 거래는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 건수는 물론,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매물이 쏟아져 나와 집값이 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가족 간 증여만 늘어나 실수요자들의 선택지만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구, 올해 주택 거래 24%가 증여

정부가 종부세 인상을 예고하고서 서울 주택 거래 중 증여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전체 주택 거래(12만1853건) 중 증여(1만1067건)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최근 2년 사이 대폭 높아진 것이다. 2016년과 2017년 총 주택 거래 건수는 각각 28만5500여 건, 29만1100여 건이었다. 이 중 증여 거래 비중은 4.7%, 5.3% 정도였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更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6538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이미 작년 증여 건수(7408건)의 90%에 육박했다.

서울에서 증여는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서 훨씬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에서 올해 1~5월 주택 거래는 전체 5897건이었는데, 이 중 증여가 1433건으로 24.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도 전체 주택 거래(6980건) 중 증여(798건) 비중이 11.4%로 나타났다.

여전한 집값 상승 기대감에 증여 선택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부부간 주택 증여의 경우 기준시가 6억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세된다. 증여받은 사람이 취득세를 내야 하긴 하지만 세금보다 주택 가격이 올라 얻게 되는 시세 차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할 경우에 증여를 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셈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정부의 보유세 인상이 부담스럽지만, 강남권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팔아버리기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자산가들이 증여를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의 부동산을 아내, 자식 등에게 나눠 증여하는 '분산 증여', 대출 등 부채를 포함해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도 늘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1가구 1주택은 보유세 인상에 대한 부담이 없고, 3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대부분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해 해당 사항이 없다"며 "2주택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고민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정부 정책으로 강남 중심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와 공급이 줄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여전히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줄어들어 거래 절벽이 지속하고, 증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