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좀처럼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코스피·코스닥 양대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2.35%, 3.47% 폭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3일 코스피는 소폭 반등(0.05%)했으나 무너진 2300선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도 800선을 밑돌았다. 주가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이 저점이다" "아니다. 하락세가 장기화된다" 등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일단 급격한 반등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발효가 예정돼 있는 6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5일부터 발표될 올 2분기 국내 기업 실적도 관심사다. 국내외 굵직한 이슈가 주가 하락 공포를 부추길 경우 주식 시장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간 관세 발효되는 6일이 분수령

이번 증시 급락의 배경엔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미·중 간 무역갈등이 깊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안 그래도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었다. 여기에 2일(현지 시각)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둘러싸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간 신경전이 벌어지자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시장에 퍼졌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되면 전 세계 교역량이 줄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6일 미국이 34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예정대로 발효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를 부과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증시가 한 번 더 꺾이면서 연내 저점을 다시 경신할 수 있다"며 "이후 무역전쟁 지역이 유럽 등으로 확대되고 관세 대상 품목이 많아질 경우 한국에도 직접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6일 이후라도 미·중 간 타결이 이뤄지면 국내 증시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울한 2분기 기업 실적

하지만 국내 증시 폭락이 단지 무역분쟁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37곳(3일 기준)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7조232억원으로 석 달 전보다 3%, 연초보다는 7.5% 하향 조정됐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2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폭이 크다. 오는 5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5조2159억원으로 연초 예상보다 10% 넘게 떨어졌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무역분쟁보다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문제"라며 "미·중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수출 둔화 우려가 일시에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장기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분기 기업 실적 부진은 예고돼 있었던 만큼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고,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증시에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코스피 2230이 마지노선"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공포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다. 3일 하루 동안 개인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이 2603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기록적인 호황을 보이자 주식 투자에 뛰어든 개미 투자자가 많았는데, 이들이 최근 석 달 동안 외국인이 내다 판 국내 주식 대부분을 사들이며 주가를 지지해 왔다.

지난달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인 1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증권사의 주식 대출 한도가 꽉 찬 상태라 더 이상 개인이 수급을 이끌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내 연·기금도 최근 국내 주식 비중은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어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다. 여기서 개미들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팔아 치우기 시작하면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강세, 미국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증시를 지탱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개인도 공포심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며 "2011년 신용등급 강등 사태 때의 경제 여건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 223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