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계열사 KDB생명이 오는 2020년 상반기에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상장 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재욱(57·사진) KDB생명 사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KDB생명은 여태껏 국민 세금 1조원 가까이가 투입돼 사실상 국영 보험사 같은 곳인 만큼 회사를 정상화시킨 후 매각해, 투입된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는 게 내가 맡은 소임"이라며 "가급적 국내 금융지주가 인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모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생명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자금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등을 만들어 여기에 출자를 하고, 이 펀드가 KDB생명 지분 85% 이상을 보유하는 형태다.

산업은행은 2014년 이후 민간에 KDB생명을 세 차례 매각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사이 KDB생명은 작년 말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정재욱 사장이 구원투수로 취임했다. 그는 세종대 교수,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개발원 연구위원 등을 거친 보험 전문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는 금융연구원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정 사장은 "상장할 경우 인수자가 1대 주주를 할 수 있는 만큼만 지분을 사면 되니까 통째로 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부담도 적다"며 "산업은행 지분도 일부 남게 되는 만큼 인수자 입장에서는 국책은행과 함께 가는 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전국 영업점을 돌았는데, 현장 직원들이 제대로 된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달라고 하더라"면서 "교육을 시켜달라는 건 분위기가 나쁜 상황에서도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 대신 질병 보험 등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으로 주력 상품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정 사장은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면 단기간에는 매출 등 재무제표가 좋아지지만 정작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남는 것은 보장성 보험"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영된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를 반짝 좋게 만들어 팔기보다는 영속성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회사 정상화와 매각이라는 역할만 다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