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은 전자 필기구인 S펜에 혁신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S펜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의 음악을 재생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S펜을 원격 리모컨처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샘모바일 등 IT 전문 매체들은 2일 보도했다. 종이에 S펜으로 글씨를 쓰면 화면에 그대로 옮겨지는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진화를 암시하듯 삼성이 지난달 28일 전 세계 미디어에 발송한 초청장에도 S펜의 버튼을 크게 확대한 사진이 들어갔다.

전자펜이 첨단 IT 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전자펜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갤럭시노트와 함께 첫선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S펜은 스마트폰에 손글씨를 입력하는 것을 넘어서 영상 메시지 작성, 번역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LG전자애플 등 경쟁사들도 대항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세계 전자펜 시장이 2016년 3억2679만달러(약 3660억원)에서 연평균 14.5% 성장해 2023년에는 8억1578만달러(약 9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S펜으로 서명하면 필체 파악해 본인 인증

삼성전자의 S펜은 세계 1위의 전자펜 태블릿 업체 일본 와콤사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1억개 이상의 S펜이 보급됐다. 처음 S펜을 개발할 때는 256단계의 필압(筆壓)을 인식했는데 이제는 4096단계로 세밀해졌다. 펜 끝의 지름은 0.7㎜다.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필기 압력과 속도, 기울기 등 고유의 필체를 미세하게 감지해낸다. 펜을 직접 화면에 대지 않더라도 14㎜ 이내 거리에만 들어오면 전자기장을 통해 스마트폰이 펜의 움직임을 인식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에는 전자펜이 노트 필기용으로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정교한 건축 설계도면을 그리거나 예술가들의 작업용으로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S펜의 중요성이 커지자 지난 2013년 와콤의 지분 5%를 사들이며 협력을 강화한 상태다.

갤럭시노트9 언팩(unpack·공개) 행사 초청장.

현재 와콤은 삼성전자와 S펜을 개인 인증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작년 8월 갤럭시노트8 출시 당시 노부타카 이데 와콤 부사장은 "개인마다 다른 필체를 S펜이 파악해 홍채·지문 인식과 같은 기존 보안 기술에 전자서명을 접목하는 방안을 삼성전자와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생산 주요 도구…IT 기업 속속 전자펜 출시

삼성이 전자펜 대중화에 앞장서자 경쟁사들도 속속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중 국내 시장에 전자펜이 달린 60만원대 스마트폰 'Q스타일러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10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노트와의 경쟁을 피해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가격대도 60만원대로 맞췄다. 화면에서 연필을 고르면 사각거리는 소리, 붓을 고르면 붓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를 내는 등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했다.

애플은 지난 2015년 아이패드용 전자펜 '애플펜슬'을 내놓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아이폰에도 전자펜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매년 흘러나오고 있다. 애플이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6.5인치 화면의 아이폰 플러스에 처음으로 애플펜을 적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애플 공동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스타일러스(전자펜)를 도대체 누가 쓰느냐"고 비판했지만 결국 애플도 시장의 흐름을 따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2012년 태블릿PC와 노트북용 '서피스펜'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제품은 펜 뒷부분에 고무 지우개를 달아 화면에 대고 문지르면 글자가 지워지는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했다. 최근에는 LED 램프를 내장해 펜 색깔이나 이메일 수신 여부를 알려주는 전자펜 특허도 출원했다.

화웨이도 지난 2016년 와콤과 손잡고 '메이트펜'이란 전자펜을 내놨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승연 부장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전자펜이 가장 최적화된 입력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