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사옥이 새 주인을 맞는다. 최근 2~3년 사이 삼성 간판의 주요 빌딩들이 잇달아 매각된 가운데, 과거 '그룹의 상징'으로 통하던 서초사옥까지 주인이 바뀌면서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과 매각 주관사 세빌스코리아는 지난 29일 NH투자증권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총 매각 가격은 7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3.3㎡당 3000만~3100만원 선으로 단위면적당 매각가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인접한 삼성물산 서초사옥은 2008년 완공된 '서초동 삼성타운' 3개 동(棟) 중 B동이다. 현재 삼성화재가 빌려 쓰고 있다.

삼성은 1990년대부터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될 삼성타운 건설을 추진했다. 2008년 말 전자·물산 등 주요 계열사가 속속 입주하면서 서초동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16년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으로, 삼성물산도 잠실과 판교 등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삼성타운의 상징성은 퇴색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쓰러져 입원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서울 시내 핵심 부동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말 삼성생명이 서울 종로2가 종로타워를 약 3000억원에 매각했고, 2016년엔 태평로2가 삼성생명 본관(5800억원)과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4400억원)을 각각 부영그룹에 넘겼다. 올해 2월엔 삼성물산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물류센터를 2300억원에 팔았다.

삼성은 비영업자산을 처분해 미래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준비 과정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도 "서초사옥을 계속 보유할 필요성이 적고,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건물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타운' 같은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 이 부회장이 부동산 자산을 정리해 신사업과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