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력 산업 수출 동향은 미국, 중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산업 육성 정책이 한국 수출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음을 잘 보여준다. 자동차, 가전, 철강, 디스플레이 등의 품목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들 업종의 수출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앞으로 수출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 1일~6월 20일) ‘가정용 전자 제품’ 수출은 36억9800만달러로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2% 감소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7억 달러다. 산업부는 가전제품 수출 감소에 대해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한국산 완제품 및 부품 수출이 감소하고 현지 생산이나 현지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이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도 가전제품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가전제품은 컬러TV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5% 줄었을 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 수출도 급감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하는 등 무역 장벽을 높인게 결정적이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세탁기의 미국 수출액은 2984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45.4% 줄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1월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세탁기 공장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지 생산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라 수출 실적 감소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수출이 줄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12억달러인데, 거의 대부분을 승용차 수출 감소가 차지한다. 월별로 따지면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재를 조정하면서 생산량을 줄인 데다 중남미 지역에서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2.5%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2017년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에다가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철강은 168억달러를 수출했는 데 2017년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했다. 수출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산업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만 유독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기간 비철금속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산업부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수출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치킨 게임’에 밀리는 수출이 쪼그라들고 있다. 상반기 디스플레이 수출 감소폭은 -15.7%에 달한다. LCD(액정표시장치)의 감소폭은 -22.5%다. BOE, CEC판다, 차이나스타 등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단가가 하락하고, 국내 업체들의 판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지난달 25일 3분기 TV용 LCD패널 출하량이 TV 생산량 대비 8.4% 정도 많을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다. LCD 공급이 과잉이라 TV용 LCD 패널 생산량 가운데 8.4%는 고스란히 재고로 쌓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