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력 문제에 제주도 모델 적용 가능
탈원전,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 필요"

“보수 진영이 단지 새 집을 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단 한 톨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원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내부에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보수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 지사는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진행중인 야권발 정계개편 과정에서 원 지사가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 지사는 “(무소속으로서) 어느 정당과도 (협력) 채널을 열 수 있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다”면서 “제주를 키우는 게 최우선이며,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더 큰 정치에 도전하는 건 정치인의 꿈”이라며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제주도민과 함께 가야 의미가 있으며, 아직은 중앙 정치의 물살에 올라탈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아직은 중앙 정치의 물살에 올라탈 시기가 아니다”며 “제주를 키우는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향후 4년간 도정 운영의 핵심가치로 ‘청정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시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있어 대한민국의 나침반이 되고,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자리 잡고자 한다”며 “여건이 조성된다면 북한의 전력문제에도 제주도의 모델(대형 발전소 대신 분산형 전력망 사용)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만, 제주가 지향하는 패러다임과 거의 같다”면서 “제주의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2030년까지 탄소를 0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보면 탈원전 정책의 성공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아직 중앙 정치 올라탈 시기 아냐…“도정에 올인”

一현재 보수는 궤멸됐다. 미래도 희망도 없다는 평가다. 보수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소속 입장에서 조심스럽다. 한국 정치의 미래 발전을 기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보수와 진보가 양 날개로 경쟁과 균형 속에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선 건강한 보수가 출현해야 한다.

보수 진영이 단지 새 집을 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6·13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내부에 있다. 단 한 톨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건강한 보수의 출현으로 진보와 보수간 선의의 경쟁 속에서 국민이 행복해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길 기대한다.”

一제주를 넘어 더 큰 꿈을 꿔야 하지 않느냐는 지지자들의 염원이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제주도민과 지지자들의 염원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더 큰 정치에 도전하는 건 정치인의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제주도민과 함께 가야 의미가 있다. 아직은 중앙 정치의 물살에 올라탈 시기는 아니다. 제주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정에 올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一6·13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하면서 여당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 현재는 당적이 없는 무소속인데 도정 운영에 어려움을 없을지. 향후 자유한국당 등에 입당 계획은 없나.

“소속과 위치가 다를 뿐 도민행복과 제주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무소속은 어느 정당과도 채널을 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사전조율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 특히 저부터 겸손함을 잃지 않고, 도의회와 소통 통로를 넓혀 큰 틀의 화합·참여·대화로 협력정치의 수준을 높여나가겠다.

저의 정치 진로는 전적으로 도민 여러분께 맡겼다. 된다고 하실 때까지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겠다. 무엇보다 제주를 키우는 게 최우선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제주의 가치가 커지면 국민들도 제주도라는 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 눈 팔지 않고, 도민만 바라보고 도정에 전념하겠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올 3월 전국 최초 전기차 등록대수 1만대 돌파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북한 전력 문제에 제주도 모델 적용 가능

一남북 협력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에너지, 즉 북한으로의 전기 공급이다. 제주에서 생산한 전기를 북한으로 보낼 수는 없을까.

“여건이 조성된다면 북한의 심각한 전력문제에도 제주도의 모델(대형 발전소 대신 분산형 전력망 사용)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 발전소를 짓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들 뿐 아니라 기존 설비를 보강해야 하는 문제도 따른다.

제주의 풍부한 풍력 자원으로 생산한 전력을 북한에 보낼 수 있다면 체제를 초월해 인도적 차원의 민생에너지 보급에 이바지할 것이다. 전기는 경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북한 주민들이 이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누리게 되면 좋겠다.

제주도에너지공사의 풍력단지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에너지단지 건설·운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있다.”

一앞으로 4년 동안 제주도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는데 어떤 비전과 구상을 갖고 있나.

“큰 틀은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지난 4년 동안 난개발 등 급한 불은 껐다. 4000억원이 넘던 외부차입 채무도 다 갚았다. 이제 제주의 가치를 더 키우고, 성장의 열매가 도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성장은 양적으로도 커져야 되겠지만, 제주를 내적으로 키울 수 있는 알찬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에 치중하겠다.

시급한 청년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하고, 민생경제 안정과 대중교통·주택·쓰레기 등 도민 생활 속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겠다. 제주의 개발과 환경기준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적용해 청정 제주를 지켜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제주형 에너지신산업과 교통·관광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확고히 마련하겠다.”

원 지사는 이달 24일 오후에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예멘 난민 종합지원 대책에 대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원 지사는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561명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신속 정확하면서도 엄격하게 난민 심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제주도민과 국민들의 불안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도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一지난 4년을 돌이켜보자면 도정 운영에서 미흡했던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민과의 소통부족,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지난 선거를 통해 자신을 뼈저리게 되돌아보았고, 더 겸손하게 더 도민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였다. 부족한 점, 잘못한 점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

一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주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

“사람과 기술,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는 대한민국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특별도’를 지향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에 있어 대한민국의 나침반이 되고, 나아가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자리 잡고자 한다. 이것이 곧 제주가 지향하는 에너지평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산업 혁신 거점 역할을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다. 스마트 ‘스타트업 빌리지’ 조성 확대, 제주 ICT(정보통신기술) 전문인력 양성센터 구축, 블록체인 특구 조성 등 공약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00억 원 규모의 제주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조성해 스마트 농축수산업, 3D 프린팅, 스마트시티 등 10개 유망산업 육성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해답 제주서 찾아라

원희룡 지사는 “탈원전은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一‘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2030’(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을 추진해왔다. 현재까지 목표 달성 수준은.

“탄소 없는 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술 발전의 속도, 도민 수용성이 충족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무엇보다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자연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자원이 순환하는 생태계 조성이 절대적 요소다.

2030년까지 전력 4.3기가와트(GW)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제주에서 운행되는 자동차 37만여대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신재생에너지는 지난해 발전량의 13.61%, 전기차는 올 3월말 기준 전국 최초로 1만대 이상 보급했다. 이제 보급을 넘어 신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제로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일상의 문화로 스며들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이다.”

一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불리한 자연 조건 속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일 수 있을까.

“탈원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제주가 지향하는 패러다임이 거의 같다. 제주의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보면 탈원전 국가 정책의 미래 성공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2030년 제주에서 쓸 전력 4.3GW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면 최신 원전 4~5기를 대체할 수 있다. 제주는 정부에 앞서 사실상 탈원전 전략을 몇년 전에 수립하고, 시간표에 따라 추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제주의 전략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一국내·외 에너지 분야 기업을 제주에 유치할 생각은 없는지.

“국내·외 에너지 기업들과의 투자유치와 협업은 제주와 여건이 맞다면 언제든 환영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다. 제주는 전기차 민간보급 전국 최초 시행(2013년),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 운영(2013년), 전국 최초 해상풍력 상업운전(2017년) 등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테스트베드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저탄소 녹색산업을 위한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