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여파로 한국전력(015760)공사가 5년 반 만에 처음으로 지난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료는 같게 받는데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 대신 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발전량을 늘리면서 연료구매비가 늘어난 탓이다.

LNG발전사 사정은 다소 나아졌지만, LNG를 직도입하는 GS EPS와 SK E&S와 달리 한국가스공사(036460)로부터 LNG를 일원화된 가격에 구매하는 민간발전사들은 전기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수익구조가 최근 자주 발생하면서 속앓이 중이다. 이들 기업은 수익구조를 현실화해 달라고 요청 중인데, 한전이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관련 논의도 지연될 전망이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탈원전·고유가에 발전비용 급증…비상경영 들어간 한전

한전은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저하와 연료비 상승 등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각각 1294억원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작년 4분기에 1조3468억원, 올해 1분기 2504억원이었다. 작년 1분기에는 9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었다.

한전이 적자를 낸 이유는 단가가 싼 원전 대신 단가가 비싼 LNG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기 1kWh를 생산하는 데 올 1분기 기준 원자력은 66원이면 된다. 석탄은 90원, LNG는 125원이 투입돼야 한다.

한전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70%에서 지난해 4분기 65%로 낮아졌으며 올 1월에는 58%로 떨어졌다. 원전은 현재 24기 중 8기가 가동 중단 상태다. 원자력 발전량은 지난해 1분기 3만7147GWh에서 올해 1분기 2만6501GWh로 28% 감소했다.

LNG 발전량은 지난해 1분기 3만2460GWh에서 올해 1분기 4만2656GWh로 31%, 같은 기간 석탄 발전량은 5만7959GWh에서 6만1457GWh로 6% 늘었다. LNG 발전 비중은 2016년, 2017년 23%에서 올 1분기 30%로 늘었다. 석탄 발전도 2016년 39.8%에서 지난해 43.1%, 올 1분기 43.4%로 소폭 늘었다. 원전 비중이 줄고 LNG 비중이 커지면서 올 1분기 한전의 발전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난 10조3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한전의 영업적자 원인이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국제 유가, 유연탄 등 연료비가 상승했다. 철판부식 등 원전 안전점검을 위한 예방정비 때문에 일부 원전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지되면서 LNG 발전 구입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4월 취임하면서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 27일 "한전의 적자는 견딜만한 상황"이라며 "하반기 원전 가동률이 좀 높아지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는 GS EPS의 당진 발전소, 아래는 파주에 위치한 SK E&S 자회사 파주에너지서비스의 발전소

◇ LNG발전사 순익 늘었지만…“수익구조 현실화 이뤄져야”

탈원전 시대에 맞춰 LNG발전 수요가 늘면서 LNG발전 업계 상황은 다소 나아지고 있다. 민간 발전사로는 포스코에너지, GS EPS, SK E&S, 포천파워, 에스파워, 동두천드림파워, 파주에너지서비스, 평택에너지서비스 등이 있다. 이들은 LNG를 자체 설비로 돌려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만 팔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한 파주에너지서비스를 제외한 7개사의 올 1분기 개별기준 당기순이익 합계는 2646억원이었다. LNG발전이 늘고 고유가에 전력도매가격(SMP)도 1kWh당 지난해 1분기 88.3원에서 올해 1분기 93.2원으로 올랐다. 발전업은 초기 투자금액이 커 전력 판매·정산 외 투자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를 아우르는 당기순이익으로 경영성과를 판단한다.

탈원전 정책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LNG발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LNG발전 업계에 희소식이다. 다만, LNG발전사들은 한전에 판매하는 전기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낮을 때도 발전기를 돌려야 수요가 있을 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한전이 전력용량만 계산해 정산하기 때문에 수요가 적으면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LNG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흑자일 때 논의하기 시작한 LNG발전 수익성 현실화 방안 마련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불투명해졌다"며 "한전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거래소는 이달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위원회 운영과 시장정산 방법 개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LNG복합화력 등 발전소 가동의 정산비용을 현실화시키는 안건이 다뤄질지 주목됐지만, 수익성 구조 개선 안건이 앞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유보돼 정작 위원회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인프라사업은 수조원의 투자가 유치되도록 국가가 규제사업으로 운영하는데 적자가 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하루빨리 수익구조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포천파워·동두천드림파워 3년 연속 당기순손실… "속 탄다"

일부 발전소는 수년째 적자를 내며 발전소 건설에 들어간 이자비용도 못 내고 있다. 포천파워, 에스파워, 동두천드림파워는 지난해 각각 85억원, 132억원, 5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천파워와 동두천드림파워는 3년 연속, 에스파워는 2년 연속 적자다.

평택에너지서비스는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1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포스코에너지는 2016년 13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후 지난해 7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LNG발전 사업 외에 태양광·풍력·제철·석탄발전 사업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영향이 크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구매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LNG를 직도입하는 SK E&S와 GS EPS는 상황이 좋다. 지난해부터 LNG를 직도입한 GS EPS는 당기순이익이 2016년 381억원에서 2017년 959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2017년 4월 당진 4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영향도 있다. GS EPS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4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했다. SK E&S도 당기순이익이 2016년 497억원에서 2017년 1031억원으로 107% 급증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04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5% 늘었다.

LNG 조달 방식에 따라 경영 성과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LNG도입 가격 때문이다. LNG를 직도입하는 발전사들은 가격을 최우선 조건 중 하나로 삼는다. 반면 가스공사는 공급의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한전 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LNG 연료 중 일부를 직수입하는 중부발전의 경우 2016년 기준 LNG 직도입 단가는 톤당 57만9211원이었지만, 가스공사 공급 단가는 60만5862원이었다.

LNG를 직도입하는 발전사도 사전에 계약을 맺은 후 LNG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 LNG 직도입 발전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LNG를 직수입하기 위해 LNG 터미널·액화·기화시설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한 중소형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익구조를 바꿔주지 않으면 LNG를 직도입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만 수익을 내게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LNG를 가스공사로부터 살 수밖에 없는 적자 발전소 입장에서는 수익구조 개선 논의가 지연되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계열 발전업계 관계자는 “LNG를 직도입한다고 무조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유가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빠른 것"이라며 “직도입사 또한 투자한 것에 따른 부채는 많다”고 말했다.